2015년 12월 4일 (금) 글 / 연차 - 오늘의 편지, 침묵 긴 골목길이 어스름 속으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저녁을 지켜본다 그 착란 속으로 오랫동안 배를 저어 물살의 중심으로 나아갔지만, 강물은 금세 흐름을 바꾸어 스스로의 길을 지우고 어느덧 나는 내 소용돌이 안쪽으로 떠밀려 와 있다 그러고 보니, 낮에는 언..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2.04
2015년 11월 30일 (월) 글 / '송곳' 다음 - 오늘의 편지, 따뜻한 적막 아직은 제 풍경을 거둘 때 아니라는 듯 들판에서 산 쪽을 보면 그쪽 기슭이 환한 저녁의 깊숙한 바깥이 되어 있다 어딘가 활활 불 피운 단풍 숲 있어 그 불 곁으로 새들 자꾸만 날아가는가 늦가을이라면 어느새 꺼져버린 불씨도 있으니 그 먼 데..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30
2015년 11월 29일 (일) 글 / '송곳' - 오늘의 편지, 그대는 어디서 무슨 病 깊이 들어 길을 헤매는 동안 이곳에도 풀벌레 우니 계절은 자정에서 바뀌고 이제 밤도 깊었다 저 수많은 길 중 아득한 허공을 골라 초승달 빈 조각배 한 척 이곳까지 흘려 보내며 젖은 풀잎을 스쳐 지나는 그대여 잠시 쉬시라 사람들은 제 ..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29
2015년 11월 23일 (월) 글 / 인상적인 너무나 인상적인 - 오늘의 편지, 똥통 같은 세상 나이 먹으며 알게 된 것은 내가 높은 꿈보다 낮은 똥을 안고 살아온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쯤 내 똥이 얼마나 무르익어 어느 선까지 내려와 있는지 아는 것이다 어려서는 며칠에 한번씩 싸기도 했지만 웬만하면 날마..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23
2015년 11월 22일 (일) 글 / 겨울비... 초입 - 오늘의 편지, 사소한 물음에 답함 어느 날 ...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요?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순간 열정..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22
2015년 11월 20일 (금) 글 / 낙엽... 겨울의 시작 - 오늘의 편지, 낙화 어느 지상에 가을이 임하고 있다 처음 보는 낯선 빛이 만인(萬人)의 발을 지그시 누르고 있다 낙화의 순간 누군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간다 누군가 넘어지고 무언가 잘못된다 아직은 인간인 고아(孤兒)가 가족과 이웃 좋은 이와 나쁜 이를 구별..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20
2015년 11월 19일 (목) 글 / 혁명과 절망 - 오늘의 편지,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19
2015년 11월 18일 (수) 글 / 사랑의 시작 - 오늘의 편지, 오늘 나는 오늘 나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 오늘 나는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 있다 태양이 오전의 다감함을 잃고 노을의 적자색 위엄 속에서 눈을 부릅뜬다 달이 저녁의 지위를 머리에 눌러쓰면 어느 행인의 애절한 표정으로부터 밤이 곧 시..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18
2015년 11월 17일 (화) 글 / 시간이 멈추는 자리 - 오늘의 편지, 지상의 가을날 잠시 세들어 사는 지상 어디서든 갓 살림 차린 새색시가 처음 내다 말린 빨랫감같은 미처 여물지 못한 색색의 꿈들이 요동친다 필요 이상으로 사들이고 쌓아둔 현세의 소유물들을 가차없이 폐기처분하고 혹은 나눠주면서 돌아보면 ..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17
2015년 11월 16일 (월) 글 / 다시 새로운 시작을... - 오늘의 편지, 햇살 그리운 감옥의 창살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 고운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 다순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 닿으면 어.. -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