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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사람들의 눈길을 외면한 채 홀로 걸을 때가 있지, 마음의 상처는 두고두고 인화된 자국처럼 남는다. 혼자서만 그윽히 꺼내보는 앨범처럼, 누군가 그 자국 위에 새로운 추억을 덧씌우고 또 누군가의 마음 속에선 점점 옅어져 희미할 뿐. 자국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수십년 전에도 당장 어제 그제 일들도 마찬가지. 그 앨범을 들추어보는 시간.
때론 호젓하게 산책길을 따라 걷기도 해, 직장상사와의 트러블도 주말의 집을 무작정 뛰쳐나온 울울함도 모두 그 수행의 길. 어차피 낯선 사람들끼리는 인사하는 법을 잊고 저마다 바삐 혼자만의 시간을 챙기는 그때 역시 결국은 잠시일 뿐이니까.
오롯이 개켜둔 슬픔 또는 그리움은 이내 회한이 되고, 집에서 연락이 곧 온다. 어서 들어오라고. 마치 태풍을 만나 황급히 향할 대피장소처럼. 고독은 그렇게 잠깐만에 사라지고 이제 새로운 고독으로 물들겠지. 앨범 안 사진 한장이 바람에 휙 떨어졌다.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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