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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침대축구를 한 메시

단테, 2018. 6. 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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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가 득점왕 메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아구에로, 세리에A 득점왕 이과인이 함께 뛰는 장면은 확실히 '미시감'인 것인데 더구나 그들이 예선탈락의 고비에서 90분을 내내 살떨리며 허덕였다는 사실도 향후 전망은 그리 썩 밝은 편이 못된다. 천신만고 끝에 오른 16강전은 상대조의 1위팀이자 유승후보 중 하나인 프랑스와 맞붙는다. (여기에는 또 AT 마드리드의 에이스와 맨체스터 Utd.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사나이들이 포진해 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이게 웬 떡' 하면서 처음부터 중계를 지켜보다가 대뜸 월드 클래스답게 메시의 기가 막힌 멋진 첫골이 터졌다. 미드필드에서 나이지리아의 패스를 끊어 훌륭히 쏘아올린 긴 패스를 호쾌한 스피드로 돌진하며 날렵하게 허벅지로 받아 발끝으로 간결히 수비수를 따돌리고 득점을 한 장면은 호날두의 프리킥과 손흥민의 중거리포처럼 이번 월드컵의 예술적 경지를 만끽하게 만든다.

전반전이 끝날 때만 해도 비교적 순탄해 보였던 아르헨티나는 백전노장 마스체라노가 불의의 PK를 내주고 다시 탈락의 위기에 봉착했다. 후반전 내내 승리를 열망한 선수들이 끊임없이 시도한 공격들이 번번이 수포로 끝나고 잘망적인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느닷없이 결승골이 터졌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숨막히는 후반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졸지에 아르헨티나를 대신해 탈락할 위기에 놓인 나이지리아도 거센 반격을 시도한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확실히 영리했고 굳은 문을 좀처럼 열어주지 않았다. 가장 백미로 꼽힐만한 장면은 두어차례 이상 메시조차 경기를 지연시키기 위해 피치에 드러눕거나 프리킥을 고의로 중단시키다 결국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세계최고도 급할 땐 침대축구"라는 전설을 남기게 됐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축구"라는 본좌격인 이란을 조롱할 처지도 못되는 우리나라가 딱 하나 배울 점이 있다면 메시가 보여준 승리에의 열망. 또 하나, 아무리 절박하대도 정당치 못한 파울의 남발과 비열하기 짝이 없는 침대축구는 물론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나이지리아 팬들한테 손가락을 치켜든 마라도나의 몰지각한 행동 따위는 팬들에게도 조국한테도 지탄만을 받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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