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노트/잡동사니

[축구] 최고의 리그, 삼사자군단

단테, 2018. 6. 25. 22:06

 

 

 

...

우리나라는 태권도 종주국을 자처한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종목인 축구에서도 종가를 자처하는 나라가 있다. 단 한차례, 벌써 52년전인 1966년의 월드컵에서 홈 그라운드를 통해 유일한 우승 경험이 있는 나라, 잉글랜드 얘기다.

사실 역대 월드컵의 절대 3강은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였다. 각각 다섯번에서 네번까지의 우승을 나눠갖는 이 절대강자들은 세계 최고의 자국리그를 갖고 있기도 하다. (라 리가를 통해 자국리그의 부흥을 월드컵 우승에까지 연결시킨 2010년의 스페인도 빼놓을 수 없는 현대축구의 지존이다.)

단 하나, 라 리가와 함께 최고의 리그를 다투는 프리미어리그를 갖고 있는 잉글랜드는 유독 최근까지도 월드컵 성적이 시원치 못한 게 사실이다. 결승은커녕 번번이 16강, 잘해야 8강에서 무릎을 꿇은 그들의 불운은 꼭 자국리그의 부흥이 월드컵 우승으로까지 연결되진 못한다는 씁쓸함도 함께 보여준다.

왜 잉글랜드 팬들이 월드컵 우승을 그토록 갈망했는가는 이미 백년을 훌쩍 넘긴 그들의 클럽 역사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19세기의 마르크스가 '자본'을 탐구하던 노동자들의 도시가 곧 맨체스터였고, 그 유구한 역사가 오롯이 스토리텔링으로 기억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전통은 곧 잉글랜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팝음악의 전설인 비틀즈와 함께 축구의 역사에서도 유러피언컵을 호령했던 리버풀을 응원해온 오랜 팬들의 추억 또한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일들이다. (심지어 한때를 풍미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시절들은 '리즈'라는 인터넷 용어의 어원이기까지 하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난 일인데, 청소년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했던 적이 있다. 그뒤로 그들은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 됐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삼사자군단이 차지한 우승은 그들 국민의 오랜 염원인 '세계챔피언'을 향한 긍정적 신호였을까.

어느덧 세월이 흘러, 최고의 신인에서 이젠 잉글랜드 축구의 레전드가 된 웨인 루니가 빠진 잉글랜드 팀은 왠지 낯설고 또 그만큼의 세월을 실감케 한다. 현재 이 팀의 스트라이커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기도 한 해리 케인이다.

어제 펼쳐진 파나마와의 예선 두번째 경기에서도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을 앞세운 잉글랜드가 6-1의 대승을 거두며 기분좋은 16강행 소식을 알렸다. 조국의 숱한 레전드들도 이구동성으로 "월드컵 우승" 기회를 거론하고 있는 마당.

세계 최고의 리그임에도 정작 자국선수들의 비중은 한없이 낮다는 점과 상당한 숫자의 젊은 피들을 수혈한 반면에 정작 고참들이 눈에 잘 안띈다는 낯설음이 그 전망을 약간 낮추는 듯하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성과는 지난 수년간의 좌절에 비하면 가히 괄목할만하다.

최고의 리그를 가진 나라, 축구팬들의 신념처럼 그들이 과연 자국리그의 성과를 연계시켜 52년만의 월드컵 우승에 또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될까?

사자 세마리가 넘실대며 춤추는 깃발은 여전히 우승 트로피에 배가 고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