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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운칠기삼, 일본의 첫승

단테, 2018. 6.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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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보면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경기에 못지 않은 지루함을 안겨준 경기에서 일본이 월드컵 첫승을 따낸다.

많은 축구팬들의 성토대로라면 신태용호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면면들이 많다. 에이스인 혼다의 재등장과 연습량에 의한 결과를 가져다준 세트피스 장면들은 특히 그랬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전혀 '수비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당초에 팽팽하리라던 기대는 전반적 시작과 함께 의외의 큰 변수를 맞았다. 콜롬비아의 퇴장. PK를 성공시키며 진작에 달아나버린 일본은 서형욱의 해설처럼 "일타삼피"의 횡재를 누렸다. 아마도 그들이 우리랑은 전혀 다른 축구를 선보일 수 있었던 까닭도 어쩜 그저 '운'이다.

한때 각광받던 스타 출신의 팔카오 역시 콜롬비아에서 몇차례 중요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역시 대단한 건 프리킥을 재치있게 밀어넣어 동점을 만든 콜롬비아의 저력이다. 어렵사리 동점을 만든 콜롬비아는 드디어 하메스 로드리게스라는 걸출한 스타를 투입시켰고, 이는 곧 필승에의 다짐이었다. 일본도 이에 질세라 당대 최고라 칭송받던 혼다를 후반에 투입시켜 맞불을 놓았다.

하메스는 평소처럼 날쌘 몸놀림으로 여러 차례 위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크게 성과는 없었다. 반면에 혼다는 코너킥 기회에서 시종일관 부진하던 일본의 원톱한테도 결승골을 배달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도 거의 '운'에 가까운 차이였다.

경기를 보는 내내 듣기가 좀 거북해지는 말들이 좀 있었다. "아시아를 대표"라든가, 네티즌의 말처럼 "일제시대 때의 만행" 따위가 어지럽게 섞여 그들의 선전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응원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질투나 시기심이 생기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졸립기만 했던 경기다.

어차피 '운'이 따른 경기결과다. 또 실력은 단판이 아닌 리그전을 통해 입증될 것 같다. 오히려 더 큰 '운'은 H조의 조편성이었을 공산이 크다. 이번의 콜롬비아도 이미 우리나라한테 평가전을 통해 진 이력이 있고, 다음 상대들도 세네갈과 폴란드 정도니까. 최소한 세계랭킹 1위 독일과 그들마저 꺾은 멕시코와의 엄혹한 일전을 앞둔 신태용호가 행운을 누리고 있는 건 결코 아닐 테므로.

일본 대표팀의 모자란 부분들도 확연히 눈에 띈다. 스피드에의 철저한 무기력증, 치열한 몸싸움을 버텨내는 피지컬의 한계, 역습에 능한 반면에 상대적으로 실망스럽던 패스 등은 그들 역시 비록 예선을 통과한다 해도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긴 힘들겠다는 전망을 이미 내포한다. 그저 대진운이 좋았고 경기운이 따른 첫승이다. 그래도 그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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