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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월드컵을 호령한 나라들은 세계축구사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다섯번의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의 개인기, 네번씩 우승을 한 독일의 조직력과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는 현대축구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기량과 조직의 전술적 측면에도 여전히 큰 뿌리를 이루고 있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 스페인의 티키타카 등이 여기에 필적할만은 해도 그들이 거둔 성과는 의외로 드높지 못했고.
월드컵 최다 결승 진출을 이룬 현 FIFA 랭킹 1위팀이 어제 멕시코한테 0-1로 무너진 건 많은 축구팬들한테도 큰 충격 또는 큰 기쁨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던 속설은 솔직히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명제 같다. 지난 월드컵에서 그토록 무너져내린 스페인이 며칠전의 예선경기애서 보여준 수준은 축구를 가히 예술적 경지로까지 끌어올렸으니까.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 말이 오히려 더 어울릴 정도.
아무튼 독일의 패배보다 더 값진 건 또 하나의 '꼬마'에 불과했던 멕시코의 탄탄한 힘이다. 기실 그들 또한 16강과 8강의 단골 멤버였으니 큰 '이변'으로 말하기에도 좀 그렇긴 하다. 좀 더 신데렐라 같이 등장한 '꼬마'는 오히려 스위스다. 출중한 기량에 비해 월드컵 성적은 늘 불운했던 그들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우승국인 스페인을 무너뜨렸던 전력이 있고, 새벽의 브라질전에선 놀랍고도 값진 무승부를 거두었다.
당초에 전문가들이 예상한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예선 때부터 탐탁치 않은 경기력을 보이며 이변을 예고해온 월드컵 초반이다. 주최국인 러시아의 대승 역시 그들이 챔피언이 되리란 기대까진 힘들겠고, 스페인은 호날두라는 큰 변수를 만나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호주에게 2-1로 신승한 프랑스와 메시의 아르헨티나도 왠지 불안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관심이 쏠린 어젯밤의 두 경기가 오롯이 '거인'들의 패배로 나타났다.
이미 월드컵 우승은 마라도나를 전후로 해서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특징으로 달성하기 어려워진 탓도 크겠다. 개인기와 조직력은 이미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고, 세계 최첨단을 자랑하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3백과 4백은 번갈아 채택되곤 한다. 어쩌면 이들 모두를 갖춘 "퓨전"화된 차원으로써만이 월드컵 우승을 넘보게 된 건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부터 뚜렷한 징조로 이어져 왔다.
프랑스의 아트사커와 브라질의 "3R" 또 지난번 월드컵을 우승한 독일 모두 더 이상 스스로의 색채만을 고집하지 않고 완전무결함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의 산물로 여기까지에 이른 셈. 현대축구의 위대한 영웅들이 정작 월드컵에선 자국의 우승을 성취하지 못한 까닭들도 어쩌면 이 지점과 맞닿는다.
또 어쩌면 그런 차원에서는 '제3의 거인'이 출현하는 일 또한 가능성이 없지 않게 된다. 어젯밤 이변의 주인공들인 멕시코와 스위스는 모두 충분히 그 자격을 갖고 있는 팀들이다. 아직 경기력을 선보이지 않은 벨기에와 잉글랜드, 또 심지어는 이번 월드컵에는 초대도 받지 못한 이탈리와와 네덜란드도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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