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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언제나 아프다.
국가대표팀이 스웨텐과의 첫경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PK로 1점을 내주며 경기를 마쳤다. 가장 뼈아픈 건 유효슈팅 "0"라는 결과였지만, 점유율과 패스성공율 역시 큰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경기를 지배당했다.
사실 이런저런 핑계를 대온 터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큰 우려에 비해 나름대로 잘 싸운 경기였다. 특히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정신적으로 잘 무장된 모습도 보였다. 다만 끝모를 패스미스의 남발, 부정확한 크로스 등은 두고두고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쉽게 극복하기 힘든 경기력이라 더욱 그렇다.
예전의 박지성처럼 필드를 지배하는 압도적 힘은 이제 대표팀에 없어졌지만 그래도 충분히 조직력을 쌓으면 넘어설 수도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더 아쉽다. 부분전술이 전혀 먹히질 않았고 다분히 개인전술로 돌파하려는 시도들은 번번이 스웨덴의 강한 수비벽에 부딪쳐 철저히 무산된 점도 그랬다.
개인기라도 출중하다면 그중의 몇번은 혹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선수들의 기량도 그렇게까지 훌륭한 편이 못됐다. 더구나 잦은 패스미스로 호흡은 끊기기 일쑤였고 그것들로 인해 상대방의 역습에 따른 위험한 순간들이 훨씬 더 많이 있었다.
사실 팀 전술 측면에서는 대단한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전후반 내내 끌려다닌 경기가 됐고. 개인기는 팀플레이가 빛을 발할 때만이 정상적인 루트로 작용이 가능한 법이겠다. "화려한 축구"를 지향하기 전에 팀의 승리가 우선인 법이다. 오늘 대표팀이 간과한 문제는 바로 '겸손'이 아닐까 한다. 많은 평론가들이 호날두보다 메시를 더 뛰어난 선수로 평가한 이유도 그렇다. 대표팀은 '월드스타'가 아니다.
유럽 리그에서 뛴 경험들이 그다지 도움이 못된 채 아쉬움만을 남겼다. 월드 클래스처럼 경기를 뒤집을만한 플레이는 눈에 띄질 않았고 에이스인 손흥민조차 변변한 슈팅 한번을 기록하지 못했다. 황희찬의 부진도 눈에 띌만큼 당초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후반에 투입된 이승우의 빠른 몸놀림이 그나마 기대를 갖게 했다.
단연코 눈부신 선전은 의외의 카드였던 골키퍼 조현우다. 몇번의 위기를 수퍼세이브로 막아낸 그가 어쩌면 진짜 MOM인지도 모르겠다. 운이 없었다면 더 큰 점수차로 벌어졌을 전반전이었다. 불운하게 PK를 허용한 장면 역시 심판 탓만을 하기엔 전반적으로 밀렸던 경기력으로 인해 크게 거론은 않는 분위기다. 또 그래도 수비진은 수차례의 실점위기를 겪긴 했지만 필드골을 한골도 내주지 않고 막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들을 다해냈다고 볼 수 있을까...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문제였는지 전술을 그만큼 소화해내지 못한 선수들의 탓인지도 좀 불분명해진다. 감독에 대한 가장 큰 회의는 사실 한참 요란했던 이런저런 전술 이전부터 우선 선수들의 기량을 충분히 고려하고 점검했느냐다. 용병술이 아쉬웠다는 평도 많다. 여러모로 인터뷰나 실전에서의 모습들은 많이 부족했음을 깨끗이 인정할 필요도 있겠다.
느린 템포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워낙 TV를 통해 익숙히 보던 유럽 리그에서의 스피드에 비하자면 대표팀의 그것은 현저히 느린 편임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고, 전술과 선수들의 조화로운 운영 역시 불가능했음은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로 보아야 하는 건 맞다. 주장인 기성용 역시 좀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전개가 아쉬었다고 말한다.
이제 더 버거운 상대인 멕시코 또 독일과의 일전을 앞둔다. 문재인 대통령도 러시아 순방길에 선수들을 독려하러 간다고 한다. 세계 최강과의 대결에서 팬들이 바라는 건 전원수비를 통한 최소의 실점에 안주하는 모습보다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쌓아온 실력을 통한 골장면에의 노력이다. 그게 승부의 세계를 떠나 곧 스포츠 정신이기도 하다.
잘하자. 국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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