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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박한 詩들을, 그래도 '남성미'라는 이름 하에 읽고 또 읽던 대학 시절들도 있었지. 한때는 그가 내 응모작에 대한 촌평을 휘갈긴 적도 있었는데, 그게 물론 나만을 두고 쓴 평은 아니겠지만 이가림 시인한테 들었던 '요설'에 관한 지적들도 어쩌면 그때 처음 나왔었는지는 모르겠어... '낯익고 지루한 단어들'이라는 말처럼 부끄러운 말들도 없을 텐데.
생각해보니, 또 언젠가 그의 부음 소식을 신문에서 접했던 때가 기억난다. 누구의 표현처럼 그의 詩들은 야생마 같았고, 또 그의 삶 또한 그랬으리라. 언젠가 우연히 만난 적 있는 김남주 시인 못지 않을 그의 주량도 궁금하거니와, 어쩌면 제법 소주 여러병을 비운 채 밤새 무언가에 대한 열띤 대화들을 쉬이 나누었을 법한 사람들.
어쩌면 내 감수성이 창비보다는 문지 쪽에 더 가까웠는가도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마음 한켠에 둥지를 튼 걸작들은 서툰 솜씨 끝에 토해낸 창비들의 족적이겠고... '희망은 늘 익숙하지 않은 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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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서시 (國土序詩)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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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 國土·23
잃어버린 목소리를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잃어버린 목소리를
어디가면 되찾을 수 있을까.
바람들도 만나면 뭉풍지를 울리고
갈대들도 만나면 몸을 비벼 서걱거리고
돌멩이들도 부딪치면 소리를 지르는데
참말로 이상한 일이다.
우리들은 늘 만나도 소리를 못내니
참말로 이상한 일이다.
山川은 변함이 없고
숨결 또한 끊어지지 안했는데
참말로 이상한 일이다.
입들은 벌리긴 벌리는데
그 폼만 보이고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목소리는 아예 목청에 가둬 뒀느냐,
山川에 잦아들었느냐,
내 귀가 멀어서
고막이 울지 못하느냐,
내 五官을 뒤집고 보아도
품만 보이고 껍데기만 보이고,
목소리를 만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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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모음, http://blog.daum.net/mkk3807/5927355
※ 또 다른 블로그에서, http://blog.changbi.com/220463570090
※ 오마이뉴스, http://blog.ohmynews.com/q9447/154847
※ 아시아경제,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60123381106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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