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경,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 (아침, 1988)
"... 과학을 다시 빌려 말한다 해도, 뒤에 온 것이 앞에 있던 것보다 더 진화된 것이라는 19세기 진화론의 통념이 와해되고 "진화란 진보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그런 진보의 관념을 고집하는 것은 더욱더 난감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를 '흐름의 경제'라고 명명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전의 것들은 '공간의 경제', '코드의 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필요로 한다고 보인다." (증보판 서문 중)
"... 방법론은 하나의 세계관 혹은 사상이 과학적 이론의 제 영역에 관철되어 가는 방식을 의미하며, 또한 이론의 근저에 깔린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마래 철학은 과학과 통일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철학을 배제한 과학도, 과학을 배제한 철학도 있을 수 없다. 즉 철학은 한가할 때나 소강상태 속에서 여유 있게 쌓아 놓는 교양의 돌멩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모든 영역에서 항상 확인되며 관철되어야 할 어떤 것이다." (초판 서문 중)
:: 차례 ::
증보판 서문
초판 서문
1부 서론
2부 사회과학의 철학적 제 원칙 : 기본범주
3부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
1장_사회구성체론의 의미
2장_객관성과 사회구성체 : 사회구성체의 객관성
3장_총체성과 사회구성체 : 유기적 전체로서의 사회구성체
4장_방법론의 중심범주로서의 특수성 : 사회구성체와 발전과정
특수성의 개념│특수성과 매개 : 발전과정과 사회구성체│사회구성체와 발전의
개념│자본주의의 발전법칙과 소위 자본주의적 '전일화'│발전법칙과 계급투쟁 :
'두 가지 길'에 대한 논점│보론 : 박현채 선생의 사회구성체론 비판
4부 사회구성체론의 근본개념과 제 문제
1장_서설
2장_생산력 개념에 대하여 :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상호문제
3장_생산관계에 관한 몇 가지 문제 : 반봉건적 생산관계의 본질에 대하여
4장_토대와 상부구조의 문제 : 국가의 존재와 본질에 대하여
5부 결론에 대신하여
보론1_ 87년 이후 한국사회와 사상의 변화
1장_기념의 역사, 질문의 역사
2장_혁명적 실천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3장_정치의 새로운 공간
4장_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좌익적 사유는 가능한가?
5장_문화주의의 시대?
6장_전선의 이동, 혹은 소수자의 정치학
7장_추기 : 두 전선의 사이에서
보론2_ 자본주의와 흐름의 경제
1장_사회적 기계와 사회구성체
2장_코드의 경제
3장_공간의 경제
4장_흐름의 경제
5장_자본주의의 외부
보론3_ '제국주의'와 '제국' 사이
보론4_ 촛불시위와 대중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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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적 가르침doctrine이 전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은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체로서 한 사회를 인식한다는 것은 개개의 특정 사회를 지배하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관계 속에서 그 사회의 제 변화를 합법칙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의 근본문제는 존재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 중 어떤 것이 일차적인가에 대한 견해에서 존재의 일차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유물론이라고 했다. 그런데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이 문제는 그보다는 구체적인형태로 제기된다. 즉 사회적 존재와 사회적 의식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유물론은 이 영역에서 (역)사적 유물론으로 구체화된다."
"사회과학의 대상은 물질적 관계와 이데올로기적 관계로 '개념적으로' 구별된다... 즉 사회적 의식은 그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 생산관계에 대한 이해 위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물질적 관계, 생산관계와 구별되는 사회적 관계를 '이데올로기적 사회관계'라고 개념화하여 사회과학의 대상으로 정립하는 한편, 그것이 과학적으로 분석되기 위한 전제를 분명히 하고 그 기초 위에서 사회구성체론적 분석의 기초를 정립한다."
* 보론 : 박현채 선생의 사회구성체론 비판
"그의 '제' 이론의 총합이 매우 다양한 범위에 걸쳐 상당히 고전적인 이론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민족문제와 민족해방의 관점이 여타의 것과는 외면적인 관계 속에 머물러 있다는 것, 특히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따로 논다는 것은 그의 '상당히'(?) 정통적인 이론에 커다란 구멍을 내어놓고 있다"
"노동과정 속에서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에 작용하면서 그것과 일정한 관계를 맺는다. 이때 자연과 인간이 맺는 일정한 관계가 곧 생산력이다." (가장 어려운 말 중 하나)
"생산력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로 분해, 환원될 수 없고 오히려 관계를 표시하며, 그 속에 제 요소의 발전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앞에서 말한 근본적 구성요소, 즉 생산수단과 생산자가 결합하는 방식, 즉 그들간의 사회적인 결합관계가 생산력에 대한 규정에서 일차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생산력은 사회적 생산력이다."
"협동양식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생산력이라는 것"
"한 나라의 생산력이 어느 정도 발전하고 있는가는 분업의 발전 정도에 의해서 가장 잘 나타난다."
"사회구조 전체의 토대로서 명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직접생산 그 자체에서 생겨나는 바의 '직접적 생산자에 대한 생산조건(생산수단) 소유자의 직접적 관계'이다. 즉 맑스는 특정한 생산관계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구분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생산자와 생산수단 간의 관계 및 생산자와 생산수단 소유자의 직접적 관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봉건제는 본질적으로 봉건제가 아니라, 오히려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진리의 피안이 사라진 뒤에, 차안의 진리를 확립하는 것"이 과학의 과제이다. 그런데 차안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론은 이러한 차안의 변화, 즉 현실의 변화에 기초할 때 '차안의 진리'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론에 의해 합법칙적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변화를 바르게 포착하지 못할 때, 즉 한 사회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현실과 더 이상 일치하지 않게 될 때,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비판의 무기'가 될 뿐이며, 현실은 이 무기를 비웃는 돈키호테 앞의 풍차가 될 것이다. 객관적 현실은 이제 우리의 '무기'를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른 '무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이론이 물질적 힘으로 전화되기 위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
이제는 낡은, 어쩌면 폐기된 개념일지도 모를, 이른바 '민중민주주의혁명' (PDR)이 있다. 그 이론적 토대를 형성한 잡지가 곧 <현실과 과학>인 셈일 테며, 서관모를 비롯한 숱한 학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던 시절이 있었다. 가장 크게는 소비에뜨의 몰락이 가져온 여파가 있었고, 정권교체를 통한 10년간의 민주정부 시절 동안 오히려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더 비판의 칼날이 향하곤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책은 그 '레전드'에 관한 일종의 기념비 하나다. 일명 "사사방".
이진경, 가장 최근의 저작들은 주로 현대철학에 닿아 있는 반면 출옥한 지 얼마 안돼서 발간된 <철학과 굴뚝청소부> 같은 입문서들은 여전히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수유+너머"라는 공동체가 갖는 인문학적 의미도 중요하겠고 그의 최근 저작들 또한 관심사가 될 법한데, 굳이 이 소싯적 저작을 먼저 꺼내게 된 연유는 무얼까? 당대에 관한 한 존중 또는 역사적 음미?... 모를 일이다. 다만, 그래야 한다는 그 어떤 '의무감' 같은 게 작용했을 수도... (이는 사실 마르크스의 "자본"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흡사할만한)
주창자이자 대표적 이론가 중 한명인 그도 아마 지금쯤에는 "PDR"과 "신식국독자"를 드높여 주장하진 않으리라.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이론의 신빙성과 무게감 또한 떨어진 건 사실이겠지만 여전히 본질적인 부분으로 현실비판과 대안제시라는 두개의 축은 유효한 접근이자 태도다. 한 시대를 스스로 관통해내며 기록한 정신의 힘은 이 축들에 의해서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가장 배워야 할 점 역시 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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