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태, '한눈에 읽는 현대철학' (황소걸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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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현대사상의 길눈 얻기 5
카를 마르크스: 잉여가치 _ 이윤을 낳는 거위 13
프리드리히 니체: 권력의지 _ 허구를 버리고 허무로 25
지그문트 프로이트: 무의식 _ 의식의 진짜 주인 36
페르디낭 드 소쉬르: 기표와 기의 _ 언어의 진짜 주인 46
에드문트 후설: 판단중지 _ 진리를 구하는 괄호 58
블라디미르 레닌: 약한 고리 _ 세계대전을 내전으로 70
카를 구스타프 융: 집단무의식 _ 내 안에 전체가 있다 80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 _ 절대는 없다 90
존 메이너드 케인스: 유효수요 _ 경제주체의 해체와 대체 102
가스통 바슐라르: 인식론적 단절 _ 단절과 불연속의 과학 112
죄르지 루카치: 계급의식 _ 꿈을 실현하는 계급 123
마르틴 하이데거: 다자인 _ 형이상학의 막다른 골목 13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언어게임 _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마라 144
안토니오 그람시: 헤게모니 _ 혁명은 영원한 진행 중 155
자크 라캉: 욕망 _ 해 아래 내 것은 없다 166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_ 자연이 설정한 인식의 한계 178
페르낭 브로델: 장기지속 _ 아주 깊고 느린 역사 189
테오도르 아도르노: 계몽 _ 밝은 계몽의 칙칙한 그림자 200
장 폴 사르트르: 자유 _ 자유의 비극 21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심층구조 _ 세계의 중심에서 탈락한 인간 222
롤랑 바르트: 신화 _ 현대의 신화 232
루이 알튀세르: 이데올로기 _ 평생 벗을 수 없는 색안경 242
토머스 쿤: 패러다임 과학이 혁명을 만났을 때 254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포스트모던 _ 작은 것이 아름답다 264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욕망 _ 분열증 위에 서 있는 자본주의 275
미셸 푸코: 지식/권력 _ 역사의 숨은 반쪽 286
장 보드리야르: 시뮬레이션 _ 기호를 통해 혁명으로 299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 _ 이성에 대한 지순한 사랑 311
자크 데리다: 해체 _ 저자도 독자도 없는 책 321
피에르 부르디외: 아비튀스 _ 매개라는 이름의 줄타기 331
찾아보기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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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현대사상으로 들어가는 30개의 키워드
1.
철학자 수만큼 철학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정형과 무정형, 확실성과 불확실성의 중간쯤에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100여 년 전의 후설처럼 '학문의 위기'를 부르짖어야 할지, 아니면 언제나 있어 왔던 경계선상의 시대처럼 여기고 넘어가야 할지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그 결정이 철학자 혹은 사상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예전에는 철학의 문제는 철학자의 문제였으며, 철학은 철학자의 분야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2.
철학적 문제는 자꾸 반복되어 나온다는 데 특징이 있다. 해 아래 새 것은 없다. 지금까지의 시각에서 미처 보지 못했고 심지어 가려져 왔던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새 것으로 규정하면서 그것의 역사를 구성하려는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작업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결코 새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철학에서는 창조란 없고 해석과 재해석만 있을 뿐이다. 가린 것도 없고 가려져 온 것도 없다. 이렇게 본다면 언제 어디서도 언어의 문제는 있었다...
3.
이 책은 철학서라기보다 현대의 지적 지형을 파악하기 위한 '교통안내서'쯤 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현대 사상을 남김없이 파악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을 이해함으로써 대강의 '길눈'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철학 혹은 사상을 사전식으로 공부하거나 핵심어로 요약해서 읽는다는 것은 사실 옳은 방법도 아닐 뿐더러 어딘가 모르게 입시 공부를 다시 하는 것 같아 대단히 불쾌한 생각도 듦 직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이러저러한 사상의 요약을 핵심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 얄팍한 책만으로 해당 사상가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독자는 아마 없으리라는 점으로 이 책의 변명을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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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 : 독일의 경제학자, 철학자. 그는 학자로서 자본주의의 운동 방식을 분석한 '자본'을 저술했을 뿐 아니라, 실천가로서 <국제 노동자 협회>를 조직하는 등 현실 정치 활동에도 열렬히 참여했다.
/ 잉여가치 _ 이윤을 낳는 거위
장사치의 말처럼 이윤이란 '남는 것'이며 원가에 덧붙는 액수다. 이게 상식이며, 또 관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마르크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윤은 원가에 덧붙는 액수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지 몰라도 이윤은 상품을 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데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사실 이 점은 잠깐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자기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공장 사장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상품들을 구매해야 살아갈 수 있다. 즉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누구나 판매자인 동시에 구매자인 것이다. 따라서 판매자로서 얻는 것은 언제나 구매자로서 잃게 된다. 이것이 전사회적으로 일반화되면, 판매자로서 얻는 이득의 총액은 구매자로서 잃는 손해의 총액과 같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도대체 이윤은 생겨날 구석이 없다. 그렇다면 이윤은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마르크스가 내린 답은 이렇다. 이윤은 상품을 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원가대로' 판매하는 데서 생긴다... 따라서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가가 이윤을 쪼개 노동자의 임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임금이 되는 몫은 노동자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상품과 동시에 생산된다. 그러므로 이윤은 모두 자본가의 것이 되며, 자본가는 그 이윤으로 상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나 도구를 구입하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몫을 챙기며, 각종 세금도 납부한다. 이렇게 해서 자본주의는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 즉 잉여가치의 생산이 자본주의를 성장시킨 결정적인 동력이다. 가치를 양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또 그것을 노동 시간이라는 보편적 척도로 환원함으로써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라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비밀을 발견했다. 알다시피 자본주의란,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소유는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사회적 생산과 사적 소유 간의 모순이 바로 자본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모순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집단적 생산의 흐름 속에 위치해 있으므로, 자신이 직접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잉여가치의 존재를 알기 어렵다. 자본가들은 이 점을 악용해서 "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임금을 올려 주느냐?"고 항변하지만 실상은 생산 과정 속에 이미 이윤의 원천이 가려져 있을 뿐이다. 가치의 질이 아니라 양을 중시한 데서 마르크스의 탈현대적 관점이 드러난다. 그 점에서 그는 경제학자 이전에 하나의 시대를 닫고 다른 하나의 시대를 연 철학자다.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니까 얼핏 생각하면 비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누구보다도 뜨거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그가 차가운 경제학을 전개한 궁극적인 목표, 즉 인간 해방의 정멸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프리드리히 니체 : 독일의 철학자. '광인 철학자'라는 별명답게 만년에 정신 질환을 앓다가 죽었지만, 인류 지성사에서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른 시대를 연 선각자다. 오늘날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에 위치한 사상가들은 대부분 니체에게 정신적 빚을 지고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 오스트리아의 의사,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2대발명이라 할 무의식과 정신분석학은, 철학을 연구한 적이 없고 철학자를 자칭한 적이 없던 그를 현대 철학의 토대를 놓은 인물로 탈바꿈시켰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 : 프랑스의 언어학자. 그의 구조언어학은 언어학 자체보다 오히려 구조주의라는 20세기의 커다란 사상적 조류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소쉬르 역시 프로이트처럼 철학과 무관하면서도 현대 철학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에드문트 후설 : 독일의 철학자. 19세기를 '유럽 학문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철학적 대안으로 현상학을 주창했다. 데카르트를 극복한다는 애초의 의도를 충분히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근대 철학과 현대/탈현대 철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 판단중지 _ 진리를 구하는 괄호
백문이 불여일견. 동양과 서양의 속담이 뜻과 형식에서 모두 일치하는 보기 드문 예다. 그럴만큼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은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와 행위에서 포기할 수 없는 진리의 척도로 기능한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생각한 철학자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실증주의라는 유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후설의 현상학적 인식론이 마치 각본이라도 짠 것처럼 철학 이외의 분야에서 실천되었다는 점이다. 후설보다 한 세대쯤 뒤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입체주의라는 미술유파를 창시한 파블로 피카소는 알다시피 코는 옆을 향하고 눈은 앞을 향한 기괴한 인물의 모습을 많이 그려 명성을 얻었다. 2차원의 화폭에 3차원의 입체를 담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입체주의의 논리다...
블라디미르 레닌 : 러시아의 정치가. 사회주의 사상가/실천가의 전형적 인물이라 할 레닌은 세계사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유럽의 후진국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며, 직접 유물론 철학을 기초하기도 했다.
/ 약한 고리 _ 세계대전을 내전으로 전환하자
1930년대 태평양 전행의 전운이 감돌던 무렵 일본 제국주의는 대륙 침략의 전진 기지로서 만주를 집어삼키기 위해 만주에서 활동하던 중국과 조선의 항일 독립군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섰다. 당시 일제는 그 작전을 토벌이라 부르고 항일 독립군을 '공비'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공비란 다름아닌 공산비적의 준말이다. 당시 항일 독립군의 주력이 좌익이었고 또 일제가 보기에 그들은 정식 군대가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체포한 뒤 재판에 회부할 때 딱히 지칭할 이름이 없어 고민하던 일제의 검찰이 찾아낸 이름이다... 레닌은 외친다. 차르 전제 체제의 러시아는 우리 조국이 아니다. 일찍이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조국이 없다. "전세계 노동자여, 단결하라!" 계급이 조국에 앞선다... 전쟁을 내전으로! (러시아의 참전을 반대하며 그가 한 말) 당시 독일의 사회주의자로서 레닌과 의견을 같이하여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했던 카를 리프크네히트나 로자 룩셈부르크 등도 레닌의 이 슬로건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터무니없어 보이는 그 슬로건에는 사실 레닌의 깊은 수읽기가 내재해 있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가 최고도로 발전한 단계로 파악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도 제국주의 단계에 이르면 최고도로 성숙하게 된다. 그 모순이란 바로 생산은 사회적인데 소유는 사적이라는 사실이다... 이 모순이 바로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원동력이다. 현상적으로 보면 이 전쟁은 식민지 쟁탈전이라는 정치적 양상을 띠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경제적인 데 원인이 있다... 최고도로 발전한 단계라는 말은 곧 최후의 단계라는 말과 통한다. 그래서 레닌은 제국주의 단계를 자본주의 최고이자 최후의 단계로 규정한다. 따라서 그 다음은 당연히 사회주의로의 이행이 된다. 자본가들의 반발을 제압해야 하기에 사회주의로의 이행은 순탄한 과정이 아니라 혁명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혁명의 장소는 제국주의라는 쇠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를 이루는 곳, 바로 러시아다... 혁명의 객관적 조건보다 혁명의 주체 요인을 부각시킨 것은 레닌 특유의 정치주의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비롯된다. 마르크스가 혁명의 경제적 배경을 강조한 데 비해 그는 주체를 강조한다. "'순수한' 사회혁명을 기다리는 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결코 혁명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현실의 혁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뿐인 혁명가다." 레닌에 따르면 혁명은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목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후진 자본주의 나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숙성하기도 전에 사회주의를 택했으니 무엇보다 뒤처진 생산력이 문제다. 그래서 소련은 혁명 이후 생산력을 증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계속 멍에로 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결국 70여 년 뒤 사회주의를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출생시부터 짊어진 멍에와 무관하지 않다...
카를 구스타프 융 : 스위스의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했다면, 융은 이 정신분석학적 개념인 무의식을 더욱 발전시켜 집단무의식이라는 심리학적 개념으로 만들었다. 프로이트와 더불어 현대 심리학을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공헌을 한 그는 만년에는 연금술과 동양적 신비주의로 기울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독일의 물리학자.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에 비견될만한 현대 물리학의 최대 성과인 상대성 이론을 정립한 그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물리학을 뒤흔든 30년'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그의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 이론이지만, 주관/객관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19세기 지성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사상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영국의 경제학자. 흔히 주류 경제학이라고 비판되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경제학, 그 중에서도 거시경제학을 입론한 인물이지만, 자유로운 사고 방식과 풍부한 발상의 전환은 오늘날의 '주류 경제학자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가스통 바슐라르 :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쿤의 패러다임 이론보다 앞선 인식론적 단절이라는 개념으로 과학의 발전이 단절과 비약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선구적으로 주장했다. 그의 영향으로 프랑스 현대 철학은 과학철학의 관점을 대폭 수용하게 되었다.
지와르지 루카치 : 헝가리의 철학자. 누구보다도 마르크스의 사상에 충실하고자 했으면서도 경직된 소비에트 관제 이데올로기로부터 비정통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그는 철학과 정치, 사상과 실천을 통일하고자 했던 근대적 사상가의 마지막 전형이었다.
마르틴 하이데거 : 독일의 철학자. 후설의 현상학을 이어받아 현상학적 존재론이라는 독특한 철학적 관점을 발전시켰다. 인식론의 극복으로 존재론을, 형이상학의 극복으로 언어를 내세운 그는 현상학과 실존주의 계열뿐 아니라 탈현대 사상의 조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아직도 그의 사상은 완전히 연구되지 못하고 있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단 두 권의 철학서로 서구 철학계에커다란 파문을 던진 그는 일찍이 칸트처럼 칩거와 은거 생활 속에서 철학을 한 '차가운' 철학자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언어 실천을 테마로 하는 그의 후기 언어관은 그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메마른 논리실증주의와는 달리 '뜨거운' 것이었다.
안토니오 그람시 : 이탈리아의 철학자, 사회학자. 이탈리아의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하고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건한 그는 짧은 생애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내며 집필 활동을 했다. 루카치와 비슷하게 그 역시 가장 정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였으면서도 이단 취급을 받았다.
자크 라캉 : 프랑스의 의사,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사상에 구조주의를 접목하여 독특한 '타자의 철학'을 전개했다. 프로이트와는 달리 그는 철학, 문학, 인류학, 언어학, 예술에까지 이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후기 구조주의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 독일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양자역학의 토대를 놓았다. '확실성의 학문'이었던 물리학을 '가장 불확실한 학문'으로 바꾸어 놓은 대가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그의 이론은 당대의 사상적 조류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역시 동시대적이다.
페르낭 브로델 : 프랑스의 역사학자. 현대 역사학의 커다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아날 학파를 창립했고,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구조주의와 역사학을 결합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사는 가장 느린 역사, 곧 장기지속의 역사였기에 그 결합이 가능했다.
테오도로 아도르노 : 독일의 철학자. 비판적 사회철학을 주장한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었다. 파시즘과 전쟁을 겪으면서 인간 이성의 양면성을 몸소 체험한 그는 도구적 이성의 파괴성을 극복할 대안으로 비판적 이성을 제시했다.
장 폴 사르트르 : 프랑스의 철학자, 소설가. '자유의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행동적 지식인'의 원조였던 그는 현상학, 실존철학, 마르크스주의를 오가는 등 사상적 편력이 잦았으나 소설, 희곡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은 팔방미인형 사상가였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프랑스의 철학자, 인류학자. 구조주의의 대명사라 할 그는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다양해 보이는 인간 사회들의 뭔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고 믿고 그것을 탐구했다. 그는 그것을 바로 근친상간의 금지라고 보고, 각 사회에서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제도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연구했다.
롤랑 바르트 : 프랑스의 철학자, 기호학자, 문학평론가. 지금은 하나의 유행처럼 되어 있지만, 당시로서는 선구적으로 매체와 대중문화를 기호학 안으로 끌어들여 연구 주제로 삼았다. 그가 구조주의 방법론을 적용한 분야는 대중문화 뿐 아니라 문학, 연극, 영화 등 무척 다양하다.
루이 알튀세르 : 프랑스의 철학자, 사회학자. 이론적인 방법에서는 구조주의에서 많은 것을 차용했지만, 그는 투철한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평생을 두고 마르크스를 연구했으며 죽을 때까지 프랑스 공산당의 당원이었다. 이 점에서 그는 구조주의자라기보다는 마르크스주의자였다.
토머스 쿤 : 미국의 과학사가. 자연과학자로서는 드물게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등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사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특히 그의 패러다임 개념은 과학사의 분야를 넘어 다른 학문에까지 영향력이 크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 프랑스의 철학자. '포스트모던'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표방한 그는 모든 것을 하나로 설명하는 본질론, 헤겔류의 형이상학을 '거대 담론'으로 규정하며 거부하고, 보편성에 기초한 모든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 들뢰즈 : 프랑스의 철학자. 1995년 급작스런 투신 자살로 지성계를 놀라게 한 그는 스피노자, 니체 등 서구의 전통 철학에서 이탈해 있는 사상가들은 뿌리로 삼고, 정통이 아닌 이단, 다수가 아닌 소수, 동일자가 아닌 타자의 철학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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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과타리 : 프랑스의 철학자, 정신과 의사. 프랑스 공산당원이었던 그는 사회주의는 물론 프로이트, 라캉 등의 사상을 받아들여 정신의학의 틀 내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했으며, 특히 들뢰즈와의 공동 연구로 많은 책을 간행했다.
미셸 푸코 : 프랑스의 철학자. 그는 먼저 자신의 이론을 세우고, 그 이론을 역사 속에 적용하는 혁신적이면서도 정통적인 방법론을 정립했다. 니체의 계보학과 프랑스의 과학철학적 전통을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역사 속에서 배제되어 온 타자(광기, 성 등)의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장 보드리야르 : 프랑스의 철학자. 기존의 정치경제학이 아닌 기호학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현대/탈현대 사회에서 기호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며 물질보다 더 물질적인 것이 되었다는 이론을 토대로 삼아 그는 현대 자본주의의 분석 도구로 '기호의 정치경제학'을 주장한다.
위르겐 하버마스 : 독일의 철학자, 사회학자. 비판적 사회철학의 보루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는 이성의 부정적 측면을 극복하는 길은 이성의 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성의 완성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사상적 조류와 스스로 구분되고자 한다.
자크 데리다 : 프랑스의 철학자. 자기완결성을 기반으로 전개되어 온 서구 형이상학이 드디어 장벽에 부딪혔다고 본 그는 '해체'를 통해 새로운 형이상학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 것을 낡은 것의 언어로 기술할 수는 없으므로 그는 동일성이 아닌 '차이(차연)'를 기술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차이의 철학'을 주창했다.
피에르 부르디외 : 프랑스의 사회학자. 주체와 실천의 지평이 부족한 기존의 구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구조주의 내에 주체를 집어넣으려 했다. 주체와 구조를 잇는 매개 고리로서 그가 제안한 아비튀스라는 개념은 결정론적 구조와 의지론적 주체를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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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메모 ::
서른명 남짓한 현대철학, 그 화려한 족적들 앞에 문득 막막한 절망감이 앞선다... 그만큼 공부가 부족했다는 증거요,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류는 여지껏 이 질곡 안에서 신음을 계속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음이다.
이진경이 말한, 현대철학의 '탈이성'을 도로 '이성'으로 또 이로써 철학의 '근대성'을 복원해내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언급이 문득 또 떠오른다. 비트겐슈타인... 글쎄다, 잘 모르겠다.
아무튼, 원전을 찾아 읽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한 필수목록으로 이 책이 전한 가치는 충분하다.
충분히 읽어내지 못한만큼의 빚은 원전들을 통해 갚으면 될 터... 그걸로 족하다.
벌써 일요일이 다 끝나가는 소리... 이제 새로운 한주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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