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길, '20세기 우리 역사' (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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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인식'은 사실상 1980년대의 교과서다. 그 별칭인 '해전사'가 더 유명할만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실질적으로 재학습하게 된 대학생활은 응당 이 책을 포함해 오늘 읽었던 강만길 교수의 책들을 텍스트로 하여 시작된다. 단 한번도 교과서를 통해 다루어지지 못한 현대사의 비극들은 그렇게 대학생활을 입문하는 가장 축복된 세대한테 가장 저주스러운 역사교육부터 시작하게 된다. (이 저주의 역사를 비로소 청소년한테 가르치기 시작한 건 불과 몇년전부터의 일이요, 이젠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으로 이마저도 몰살당하게 됐다. '친일' 교과서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비로소 두어시간 남짓한 동안 '20세기 우리 역사'를 다시 읽어본다. 역사... 단 한순간도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던 이 책은 지난 대학 신입성 시절 때 읽었던 그 '해전사'와 무엇이 달랐고 왜 또 다시 읽게 되었을까?... 일단은 굉장히 평이하고 읽히기 쉽게 잘 짜여진 인상을 받는다. 고증을 위한 사료들의 제시도 더 친절해진 편이고, 이는 강만길 교수의 실질적 대표작인 <한국근대사>와 <한국현대사>라는 두권의 책들에 비하자면 훨씬 더 큰 미덕을 갖는다.
역사... 가장 우리 세대의 최측근에 위치한 해방전후사의 긴 스토리를 쭈욱 읽어가며, 다시금 그 비극적 전망과 수세대에 걸친 질곡의 세월들 앞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역사교육을 왜 제대로 하여야 하는가는, 그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때문이 아닌 이 비극적 인과관계에 대한 통찰을 고통스럽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의무인 까닭이겠다. 단 한번도 제대로 승리해본 적 없는 이 땅의 민주주의 역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도로 암흑의 10년을 통치당하며 지내야 하는 요즘... 더더욱 역사책에 손이 잡히는 연유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본질적 물음부터가 우선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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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마치면서' 중에서
1. 20세기 전반기 우리 역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 민족의 20세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불행한 세기였습니다. 그 전반기는 일본의 식민지로 된 시기였고, 그 후반기는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싸우거나 대립한 시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민족사회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민족사회 중에서 어느 정도 선두그룹에 서 있는 것은, 오랜 역사시대를 통해 다져온 문화적 저력 때문이라고 앞에서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민족해방운동사의 연구와 교육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냉정히 그리고 차분하게 왜 자신들의 민족사회가 식민지로 전락했는가 하는 문제를 구명하기 마련이겠습니다. 우리 역사학은 이제 그 단계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을 설명하는 강의에서도 말했습니다만, 1960년대의 경제성장을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식민지 시기나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결과가 아니라, 중세시대부터 쌓여진 우리 민족사회의 문화역량의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어느 한 민족사회의 옳은 의미의 경제개발은 다른 민족이 주도에 이해 이루어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제 민족이라 해도 집권층 몇 사람의 능력이나 지도에 의해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민족사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축적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개발이요 발전이라 보는 것이 훨씬 더 역사적 관점에 충실한 인식이라 할 수 있지요. 20세기 전반기 일제강점 시대의 우리 역사를 침략과 저향의 역사로만 보는 것은 이제 너무 단순한 관점이라 생각할 때가 된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식민지시대의 조선사람들이 모두 저항만 하고 산 것은 아니니까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가를 밝히는 생활사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20세기 전반기는 제국주의 일본이 한반도를 신믹지배한 기간입니다. 제국주의 침략국가에게는 무엇보다도 자국의 이익이라는 엄연한 식민지 지배목적이 있으며, 피지배민족에게는 무엇보다도 그 지배에서 벗어나는 일이 절대과제이기 마련입니다. 식민지시대에 대한 역사인식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가 무엇보다도 앞서야 하고 또 중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2. 20세기 후반기 우리 역사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20세기 후반기는 민족이 해방되었으면서도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지 못하고 분단되었으며, 통일을 목적으로 한 민족상잔을 겪었을 뿐 통일에는 실패하고, 이후 남북이 극도로 대치한 가운데서도 평화통일을 지행한 시대였습니다. 20세기 후반기 우리 민족사 인식에서 가장 큰 사안은 왜 분단되었는가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본 강의에서도 그 원인을 밝히려 노랙했습니다만, 민족사회 내적 원인과 외적 원인을 함께 공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종래에는 외인론에 더 치우치고 이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내인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외인만 강조하고 내인은 소홀히 다룬다면, 앞으로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족 주체적 능력을 강화하고 민족 외적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데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 외세의 작용이 분단의 주된 원인이니 통일도 외세가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비주체적인 어불성설이 되겠지요. 6·25 전쟁을 침략전쟁으로만 보고 어느 쪽이 먼저 침략했는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역사인식은 역시 냉전논리 중심의 인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쟁을 통일전쟁으로 보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민족 내전을 국제전으로 발전시키게 되었으며, 그 겨로가 전쟁이라는 방법으로는 통일이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부각시킴으로써, 평화통일론의 타당성을 높이는 역사인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20세기 후반기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에서 중요한 문제는 역시 분단 반세기가 넘도록 왜 통일이 안되었는가, 그 반세기 동안 통일문제는 얼마나 진전되었는가, 20세기를 넘기는 시점에서 통일문제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라 하겠습니다. 본 강의에서도 그때마다 말했습니다만, 분단 반세기 동안 통일문제에 진전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6 ·25 전쟁이 있었던 1950년대에는 무력통일이 실패한 후유증으로 평화통일론이 정착되지 못했지만, 4 ·19가 평화통일론을 여는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5·16 후 박정희 군사정권의 평화통일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있었지만 역사는 발전하기 마련이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남북 정권들은 7·4 공동성명을 통해 평화통일론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그것이 정착되어갔습니다. 결국 상당한 기간 남북 두 정권과 체제를 그대로 두면서 천천히 통일해가는 방법을 남북 양측이 인정하는 '남북합의서'가 채택되었습니다. 본 강의에서 이 '합의서'에 대한 남북 두 정권의 충실한 실천만이 남은 과제라 말했씁니다. 이 '합의서'에 따른 통일은 무력통일은 물론 흡수통일도 아닌 점진적, 호혜적, 양보적, 대등적 통일을 말합니다. 통일문제는 일단 20세기를 넘기는 시점에서 '합의서' 채택을 통해 그 방법론이 확정되는 데까지 진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21세기 우리 역사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설령 상당한 기간 자본주츼체제가 독주한다 해도, 그 체제 안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발전하는 방향으로 역사는 계속 전진해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역사는 한순간도 머무는 법 없이 끊임없이 전진해왔고 또 전진해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도 이미 말했습니다만, 21세기에 들어가서도 인류의 역사가 전진하는 방향은 인간의 생활을 한층 더 자유롭고 풍부하고 평등하게 하는 방향이며, 그것은 곧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민주주의의 발전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되었던 민족사회 중 베트남은 무력통일을 했고, 독일은 이른바 흡수통일을 했습니다. 아직도 분단상태에 있는 한반도에서는 무력통일은 물론 흡수통일도 아닌 남북 대등통일을 지행하고 있으며, 그것을 '남북합의서'에서 이미 약속한 바 있습니다. 21세기 우리 역사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민주주의의 진전과 함께 이 '합의'를 실천해가는 문제에 그 중심축이 놓이게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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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보판 기준) - 내가 읽은 버전은 26강까지만 씌였다. ;
증보판을 내면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1강의 ㅡ 한반도는 왜 일본에 강점되었을까요
2강의 ㅡ 무단통치와 '토지조사사업'의 진상을 알아야 합니다.
3강의 ㅡ 3 1 운동의 역사적 의의는 대단히 큽니다
4강의 ㅡ 1920년대 '문화정치'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5강의 ㅡ 일제강점 시대, 조선 민중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6강의 ㅡ 1920년대의 '산미증식계획'은 왜 실시되었을까요
7강의 ㅡ 조선공산당운동도 민족해방운동의 일환입니다
8강의 ㅡ 민족유일당운동 신간회운동이 추진되었습니다
9강의 ㅡ 일제의 '병참기지화'도 경제개발로 봐야 할까요
10강의 ㅡ 1930년대 '만주'에서는 항일무장투쟁이 치열했습니다
11강의 ㅡ 중경임시정부가 좌우익 통일전선정부로 되었습니다
12강의 ㅡ 일제의 파쇼체제에서도 민족해방운동은 계속됐습니다
13강의 ㅡ 해방은 어떻게 왔으며, 38선은 왜 그어졌을까요
14강의 ㅡ 통일민족국가 수립에 실패한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15강의 ㅡ '해방공간'에도 통일민족국가 수립운동은 추진됐습니다
16강의 ㅡ 불행하게도 남북 두 분단정권이 성립했습니다
17강의 ㅡ 남한의 농지개혁과 적산불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8강의 ㅡ 6 25전쟁은 왜 일어났으며, 어떤 전쟁이었을까요
19강의 ㅡ 독재화한 이승만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강의 ㅡ 4 19'혁명'의 역사적 의의는 무엇일까요
21강의 ㅡ 5 16군사쿠데타는 왜 '성공'했을까요
22강의 ㅡ 7 4 남북공동성명은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닙니다
23강의 ㅡ 박정희정권의 경제건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24강의 ㅡ 왜 또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섰을까요
25강의 ㅡ 직선제로 노태우 군사정권이 성립했습니다
26강의 ㅡ 30년 군사정권 뒤 김영삼 문민정권이 섰습니다만
27강의 ㅡ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김대중정권이 섰습니다
28강의 ㅡ 민족통일의 신기원이 열렸습니다
강의를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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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우리 역사
- 저자
- 강만길 지음
- 출판사
- (주)창비(창작과비평사) | 1999-01-01 출간
- 카테고리
- 청소년
- 책소개
- 전문지식의 울타리를 넘어 역사대중화 작업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
...
'- 단테노트 > 철학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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