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恢復期의 노래 / 송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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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일까.
나의 肉體를 헤집어, 바람이 그의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꺼내는 것들은. 肉體 중의 어느 하나도 許容되지 않는 시간에 차라리 무섭고 罪스러운 肉體를 바람 속에 내던졌을 때, 그때 바람이 나의 肉體에서 꺼낸 것들은.
거미줄 같기도 하고 붉고 혹은 푸른 色실 같기도 한 저것들은 무엇일까.
바람을 따라 한 없이 풀려나며 버려진 땅, 시든 풀잎, 오, 거기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어루만지며 어디론가 날려가는 것들은.
저것들이 지나는 곳마다 시든 풀잎들이 軟草綠으로 물들고, 꽃무더기가 흐트러지고, 죽어있던 소리들이 이슬처럼 깨쳐나 나팔꽃 같은 귓바퀴를 찾아서 비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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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누님. 저것들이 정말 저의 肉體일까요? 저것들이 만나는 事物마다 제각기 內部를 열어 生命의 싱싱한 초산(醋酸) 냄새를 풍기고 겨드랑이 사이에 젖을 흘려서, 저는 더 이상 쓰러질 필요가 없읍니다. 굶주려도 배고프지 않고, 病菌들에게 빼앗긴 組織도 아프지 않습니다. 저의 캄캄한 內譯마저 젖물에 녹고 초산냄새에 스며서, 누님, 저는 참으로 긴 시간 끝에 때묻은 視線을 맑게 씻고 모든 열려 있는 것들을 봅니다. 모든 열려 있는 것들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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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苦痛의 다음에는 鮮明한 빛깔들이 일어서서 나부끼듯이
오랜 주검위에서 더없는 生命과 빛은 넘쳐오로지.
열린 밤하늘과 수풀 있는 언덕에서
깊이 묻혀 깨끗한 이들의 희생을 캐어내고,
바람의 부드러운 촉루 하나에도
돌아온 死者들의 반짝이는 古典을 보았어.
저것 봐. 열린 페이지마다 춤추는 句節들을.
溺死의 내 눈이 별로 박히어 빛을 퉁기는 것을.
모든 허물어진 關係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秩序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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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품었던 暗黙의 思想은 반딧불 하나로 불 밝히고
때묻은 活字들은 밤이슬에 씻어냈어.
수시로 자라는 번뇌는 銀盤의 달빛으로 뒤덮고
눈부신 구름의 옷으로 나는 떠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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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알들이 그들 가장 깊은 어둠마저 빨아들여
붉은 果液으로 融和하는 밤이면, 그들의 暗去來 속에서
나도 한알의 포도가 되어 세계를 融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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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엇일까.
밤마다 나를 뚫고나와 나의 全體를 휘감아도는 은은한 光彩는. 숨기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스며나는, 마치 寶石과도 같은 光彩는.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무서운 저 光彩 때문에 깊은 밤의 어둠속에서도 나는 한마리 夜光蟲이 되어 깨어 있어야 하지. 저 光彩 때문에 내 모든 부끄러움의 한 오라기까지 낱낱이 드러나 보이고, 어디에도 감출 수 없던 뜨거운 목소리들은 이밤에 버려진 갈대밭에서 저리도 뚜렷한 名分으로 나부끼지. 두려워 깊이 잠재운 한덩이 뜨거운 피마저 이밤에는 안타까운 사랑이 되어 병든 나를 휩쓸지. 캄캄한 삶을 밝히며 가득히 차오르지.
무엇일까.
밤마다 나를 뚫고나와 나의 全體를 휘감아도는 은은한 光彩는. 숨기려해도 어쩔 수 없이 스며나는 마치 寶石과도 같은 光彩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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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데뷔작 중 하나로 꼽히는 그의 싯구들,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시국사범이 된 지난 세월과
<아름다운 얼굴>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던 '90년대의 그 시절에 얽힌 기억들이 또 맨먼저 앞선다...
- 드디어 대선, 오전부터 줄곧 역대 최고에 육박하는 투표율이 계속해서 헤드라인이 되고 있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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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책과 자질을 보고 소중한 한 표 행사를 (한겨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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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선택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막판 지지를 호소하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제 선택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권자의 한표 한표는 자신은 물론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터잡는다는 점에서 소중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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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간의 선거운동 기간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과 전국을 도는 유세전 등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자질을 선보였다. 텔레비전 토론은 자유로운 상호토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준비한 질문과 답변을 소화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세번째 토론의 경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로 두 후보의 맞대결이 이뤄지면서 다소나마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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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의 토론은 미약하나마 유권자들에게 두 후보의 정책적 차이점을 드러내고,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후보는 경제민주화·복지·교육·대북정책 등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상당히 다른 정책적 토대 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박 후보가 큰 틀의 목표를 설정하고 설득력있는 각론 제시에 강점이 있었다면, 문 후보는 정책방향의 틀과 내용에서 체화된 일관성을 보이는 데 강점이 있었다. 박 후보가 능수능란한 토론을 벌이기보다 지도자로서 실천하는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문 후보는 부드러운 토론으로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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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막말과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지만 이제 유권자는 그런 것에 현혹될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우리 전략은 중간층이 투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 것이나,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민주당을 "공산당" 등으로 비하한 것은 철 지난 색깔론과 막말로 선거판을 흐리는 수준 이하의 발언이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라"는 내용을 리트위트한 것은 20대 투표를 독려하는 애초 취지와 달리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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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나라의 미래에 대한 주권자 나름의 이유 있는 결단이라는 점에서 신성하다. 향후 5년 대한민국호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잣대는 누가 좋은 정책을 준비했는지, 그리고 이를 실천할 능력과 소양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지역, 네거티브, 색깔론 같은 흘러간 이야기에 귀기울일 일이 아니다. 투표가 다가올수록 혼미해지는 선거판에서 소중한 선택을 위해 더욱 마음을 가다듬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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