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겨울, 그리운 집, 그리고 16년...

단테, 2010. 11. 30. 22:33

 

Riff & Cafe :


* 김광석 - 서른 즈음에

... 여전히,

 

...

 

 

...

 

 

...

 

 

 

겨울, 그리운 집

 

 

 

한나절을 걸어온 길. 그곳엔 아직도 바삭바삭 밟히는 낙엽이 있고, 모두들 두툼한 외투에 싸여 저마다의 꿈을 꾸는 밤. 남몰래 밟아보는 낙엽에서 문득 지난 가을에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내게도 저렇게 꿈꾸던 계절이 있어, 낙엽이 쌓여가는 그곳마다 이미 황량한 바람이 불고. 바람이 떠나간 자리마다 어지러이 뒹구는 낙엽. 이미 완연한 겨울로 흐르고, 철지난 아쉬움을 달래려는 그 길에서.

 

호호 손을 불며 걷던 기억도 나는데. 언제부터인지 나 역시 장갑을 마련해야지 하는 생각에 슬그머니 꺼내무는 담배. 그렇게 잊혀져가는 것들엔 가슴 속 꽁꽁 매어두던 그리움도 있어, 다시금 연기 속에 피어오르고.

 

  내 목소리도 곧 들릴거야.

  건네준 편지에서 힘겹게 울리던 그것.

  아무 말도 없었지.

  말할 수 없는 것들조차 괴로운

  그 신열을 누가 모를까.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들

  모두 사라지고 난 저녁마다 다시금

  물밀듯 밀려오는 그 그리움에 대하여

 

옆자리마다 피곤한 일상이 안식하는 그것을. 그리고, 괴로운 떠남이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지.

 

아직도 길가엔 바람이 불고, 어둑해진 자리마다 하나둘 가로등이 켜지는데. 저문 술집으로 향하는 마음마다 웅크리고 앉아, 말없이 주고받는 위로처럼.

 

한나절을 걸어온 그 길. 그곳엔 아직도 뼈저리게 그리운 낙엽들이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낡은 책가방을 꺼내드는 밤. 남몰래 밟아보는 낙엽처럼 지난 가을의 설레임이 지는데.

 

고개숙여 떠나는 사람들. 이제 가로등 불빛마다 또다른 흔적을 찾고, 그렇게 찾은 자리마다 새로운 그리움으로 약동하는 시간을 꿈꾸고. 다시 사람들 모여들 시간이면 이 술집에도 지난 그 노래가 들리겠는지.

 

 

 

- 1994년 11월 -

 

 

 

......

 

 

 

16년만이구나,

이 詩를 쓴 지가 벌써 그렇게나 오래 지나버린, 옛일조차 돼버렸다는 사실이 사뭇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

 

16년이라는 세월은 참으로 긴 시간일 테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때까지를 모두 통틀어 걸릴만한 그동안

과연 내 인생은 또 어떻게 다른 <졸업>을 했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구나... 그게 사실, 더 당혹스럽다.

 

...

 

文靑의 시절은 늘 그렇게 쓸.쓸.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더 넉넉했었는지도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

 

벌써 또 신춘문예 시즌이 코앞이며, 부산히 신문마다 새로운 등단소식에 들뜬 기사들을 싣는 요즘이다.

내 주변에도 이런 설레임을 간직한 채 살아오는 사람들이 과연 있었을까 싶을만큼, 요즘은 더 고독하며

더 현실적인 일상 속에서 내 삶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아니, 이를 '성숙'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순수했던 시절들이 앓은 병들을 이제야 다시 앓는 기분은, 오히려 부끄럽기조차 하다.

그만큼 때묻은 세월들은 늘 반성을 필요로 했으며 그 반성이야말로 내일을 위한 유일한 밑천이기에,

지금의 이 시간들만큼은 다른 무엇과도 교환되기 어려운 소중함 그 자체다.

 

...

 

더 나아진 지금, 글쓰기에 대해 새로운 모색을 필요로 할만큼

세상은 힘겹고 늘 진리는 요원하며 그만큼 희망은 더디다.

 

그것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래서 결코, 의미있을 여행일 테다.

 

...

 

어느덧 文士의 길을 넘어서서, 이제는 '일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만이 필요한 때. 마음은, 이렇게, 여전히, 쓸쓸하구나...

           

'기본적 정서'라는 옛말조차도 무색할만큼, 말이지,

늘 '고결함'을 찾아 헤맸었음에도, 말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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