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일기] Migration

단테, 2010. 12. 4. 11:32

 

Riff & Cafe :


* 봄여름가을겨울 - 10년전의 일기를 꺼내어

... 내게 더 많은 날이 있어 무슨 걱정 있을까,

더 많은 날이 과연 있기는 할까?... 오늘은,

 

...

 

 

 

...

 

 

 

이사  /  원동우

 

 

아이의 장난감을 꾸리면서
아내가 운다
반지하 네 평 방을 모두 치우고
문턱에 새겨진 아이의 키 눈금을 만질 때 풀썩
습기 찬 천장벽지가 떨어졌다
 
아직 떼지 않은 아이의 그림 속에
우주복을 입은 아내와 나
잠잘 때는 무중력이 되었으면
아버님은 아랫목에서 주무시고
이쪽 벽에서 당신과 나 그리고
천장은 동생들 차지
지난번처럼 연탄가스가 새면
아랫목은 안 되잖아, 아, 아버지
 
생활의 빈 서랍들을 싣고 짐차는
어두워지는 한강을 건넌다 (닻을 올리기엔
주인집 아들의 제대가 너무 빠르다) 갑자기
중력을 벗어난 새떼처럼 눈이 날린다
아내가 울음을 그치고 아이가 웃음을 그치면
중력을 잃고 휘청거리는 많은 날들 위에
덜컹거리는 서랍들이 떠다니고 있다
 
눈밭에 흐려지는 다리를 건널 때 아내가
고개를 돌렸다, 아참
장판 밑에 장판 밑에
복권 두 장이 있음을 안다
강을 건너 이제 마악 변두리로
우리가 또 다른 피안으로 들어서는 것임을
눈물 뽀드득 닦아주는 손바닥처럼
쉽게 살아지는 것임을
 
성냥불을 그으면 아내의
작은 손이 바람을 막으러 온다
손바닥만큼 환한 불빛
 

 
- 199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오늘 모처럼 우연찮게 다시 조우한, <2016년의 한 소설가에게>. 내 '첫 소설'이었나?...

아무튼,

     

집안 베란다에 켜켜이 쌓인 내 철 지난 일기들은 차곡차곡 쌓인 내 철 지난 사랑들이다.

인터넷에서 이들을 정리해내는 작업은 영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닌 바에, 여태껏

미루고 또 미뤄온 일이기도 했지... 이번만큼은 지난 시절들을 죄다 모아 정리해내고야

말겠다는 이 심산은 따지고 보면 몇몇 지난 인터넷에서의 과정들이 겪은 유실들, 또는

앞으로 더 있을 이사 같은 일들도 미리 준비해두려는 까닭이겠지,

 

몇몇의 시들과 몇몇의 습작, 그리고 독서를 통해 남겨놓은 메모들도 일부는 대상이며,

그때까지 남겨놓은 절절한 글들도 역시 얼마만큼은 도로 내 블록의 자산이 될 테지...

 

과거는 어디까지고 현재이며, 또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어야 함을 늘 믿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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