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노트/개인노트

김근태

단테, 2010. 8. 11. 10:23

 

 

 

 

[한겨레프리즘] 밥 딜런과 김근태 / 김의겸
한겨레 | 입력 2010.08.10 18:32

 

 

[한겨레] 몇달 전 밥 딜런이 서울에 왔다.

 

음악하고는 담 쌓고 사는 메마른 인생이지만, 그의 공연장을 찾았다. 시위 대열이나 학생회관 모퉁이에서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젊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옛날이 그리웠나 보다. 40대 중년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옆자리의 아줌마는 집에서 싸온 커피와 빵을 권했다. 20여년 전 도서관에서 밤샘농성을 하며 삼립빵을 나눠먹던 풍경이 금세 펼쳐진다.


게다가 먼발치에 김근태 전 의원이 와 있지 않은가. 그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사인을 받으러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눈에 확 띄었다. 80년대로 떠나는 단체여행에서 최고의 동승객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런데 어라!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줘야 할 밥 딜런이 영 생경하다. 가녀려서 더욱 선동적이던 그의 음색은 거칠고 걸쭉해졌으며, 서정적이던 선율은 강하고 빠른 비트로 대체돼 있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에 초반 얌전했던 관객들은, 곧 하나둘 새로운 리듬에 익숙해져갔다. 막판에는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섰고, 무대 앞까지 몰려가 온몸을 흔들어대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설 때는 원곡의 형체조차 찾을 수 없게 변주된 '블로잉 인 더 윈드'를 콧노래로 따라 부르고들 있었다. 밥 딜런은 그렇게 신화에 머물지 않고 진화해 가고 있었다. 그의 노래 '구르는 돌멩이처럼'.

 

김근태가 여의도로 돌아오고 있다.

 

민주당의 7·28 재보선 패배는 "기득권 안주와 오만 때문"이라고 질타하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패거리 정치'라고 힐난했다. 2년여 전 낙선 이후 가장 큰 목소리다. 때가 온 것이다.

 

6·2 지방선거가 주는 교훈은 '더 많은 진보'와 '야권 연대'로 집약된다. 그리고 이 두 가치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김근태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를 놓고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며 대통령에게 달려들었고, 일찌감치 '작은 미국이 아니라 큰 스웨덴이 되자'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민주개혁세력 연대론은 그에게 오래된 특허권이 있으며, 진보정당 지도자치고 김근태에게 정신적으로 빚지지 않은 사람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시절이 좋지 않았다. 그의 진보적 주장들은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물결에 떠내려갔고, 민주연대론도 민주당 단독 집권이란 기대 때문에 다들 귓전으로 흘려들었다.

 

어쩌면 그의 시대는 이제야 비로소 열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민주당의 처지가 곤궁하기에 그의 귀환은 두드러져 보인다. 입 달린 사람이라면 모두들 "민주당에 사람이 없다"거나 "민주당에 변화의 동력이 소진됐다"고들 수군대고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개혁성향 의원들은 오랜 파당의 후유증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민주당 내 강고한 개혁블록을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근태의 가치가 적극적으로 재발견되어야 할 이유다.

 

그러다 보니 김근태가 이번 전당대회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당권경쟁에 끼어드는 순간, 그의 가치는 실종되고 존재감은 오그라들 것이다.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다 보면 애초 펼쳐 보이고 싶었던 음악세계를 놓치기 쉬운 것처럼 말이다. 또 그의 가치는 민주당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른 야당들과 동지적 연대감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민주당 지도부로 들어서면 그만큼 그는 민주당의 이익에 얽매이게 된다. 그건 민주당이 김근태를 올바로 써먹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김근태가 '왕년의 명가수'에 머물지 않고 새롭게 변모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기왕이면 박자와 리듬이 좀더 빠르고 강하며 경쾌해졌으면 좋겠다. 밥 딜런처럼.

 

 

김의겸 정치부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 한겨레 > [ 한겨레신문 구독 | 한겨레21 구독 ]

 

 

 

...

 

 

 

출근길에 읽는 신문에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구나,

      

......

 

 

 

- 이제는 벌써 오래 된 어떤 한 블로그 중에서,

  http://blog.ohmynews.com/msscout/174981

 

 

 

 

 

 

'- 단테노트 > 개인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일세?  (0) 2010.08.16
쓰리백이 아닌 윙백의 승리였다  (0) 2010.08.12
'진보세력 통합정당' 창당을 위한 몇가지 전제조건들  (0) 2010.08.10
패셔니스타와 근본주의자  (0) 2010.08.10
인천...  (0) 201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