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와 김두관
이명박 정부의 새 총리로 내정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소장수의 아들'을 자처했다고 한다.
'소통'을 추구하겠다는 뜻도 드러냈지만, 실제로는 그의 화려한 이미지가 더 강하게 닿는다...
금번 지방선거에 불출마한 연유 중 하나도 '중앙'으로의 진출 때문이라는 설도 나돈다. 아무튼,
'참신함'이라는 단어가 내포한 '미지'의 상태인 그에 대해 잠시만 이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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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야 뭐, 이명박 정부의 '코드'에는 딱 알맞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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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굳이 경남지역 출신 정치인들 중에서 딱 한명을 꼽아보라고 하면,
(정치적 성향과는 또 전혀 무관하게)
공교롭게도 나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김두관 지사를 꼽겠다...
동향 출신이면서도 전혀 다른 정치적 행보와 부침을 해왔던 이 두 인물,
마치 어제 한겨레에 실린 홍세화 칼럼의 두 '뒷짱구'와 '옆짱구'마냥
그것도 일종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지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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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울 문리대와 법대가 있던 동숭동 뒤편 낙산 주변에는 휴전 후 귀성한 피란민들이 덕지덕지 판자촌을 이루어 살았다. 같은 학군 안에서 가난했거나 찢어지게 가난했던 집안의 자식들은 창경국민학교에 다녔고 여유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창경을 피해 혜화나 효제학교를 다녔다. 동네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창경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런 노래를 불렀다. “창경! 창경! 거지 떼들아, 깡통을 옆에 차고 혜화학교로!” 그래도 당시는 아직 “개천에서 용 날” 때였고 그 학교에서 모든 과목에서 월등했던 뒤짱구와 산수를 잘했던 옆짱구 둘이 경기중학교에 입학했다. 그 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두 짱구는 분야는 달랐지만 승승장구 엘리트의 길을 밟았다. 뒤짱구는 나중에 용케 군대도 가지 않고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유학한 뒤 서울대 교수와 총장이 되었는데, 옆짱구는 아뿔싸 선배를 ‘잘못’ 만나 전태일을 느껴야 했고 리영희와 ‘731부대-마루타’를 읽어야 했으며 34개월 보름 동안 사병 생활을 한 뒤 유럽 땅에서 난민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따로 세월을 보낸 뒤, 뒤짱구가 총리가 되어 용산참사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약속했는데 지지부진했던 어느날 옆짱구는 총리공관 앞에서 경찰들에 둘러싸인 채 1인시위를 벌였다.
모두 가난했던 그때 그 골목에서 가난은 죄가 아니었다. 인간성 발현의 토양이었다. 사람의 의식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또 변하기도 하지만 정서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에 포획된 것일까. 의식은 때때로 반인간성의 한계를 넘게 하지만 인간 정서는 그것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는 믿음까지. 평소 인간 정서를 억압하거나 왜곡하는 의식을 표적으로 삼는 옆짱구의 기억 속에서 뒤짱구는 유약한 정서의 소유자다. 그래서 옆짱구의 의식은 뒤짱구가 잘못된 사회의 잘난 톱니바퀴가 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정서는 끝내 그러지 못한다. 두 짱구는 앞으로 기껏해야 상갓집에서나 조우할 테지만.
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칼럼] 의식과 정서 (한겨레,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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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가 비록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끈끈한 인맥으로 인한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해도,
그런 'critical'함만을 가졌다 해도, 그 'radical'한 측면이 오히려 더 맘에 든다...
- 낙선한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한테서도 유일하게 느꼈던 그만의 '가치'가 그거다.
적어도 그는 '진실'한 사람일 것이라는 어떤 굳건한 믿음 때문이겠지,
(물론 이 역시 순전히 나만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환상 내지 착각인지는 몰라도)
- "패셔니스타"가 '참신함'으로 먹고 산다면, "근본주의자"는 '진실' 한방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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