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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이 아닌 윙백의 승리였다

단테, 2010. 8. 12. 02:58

 

 

 

 

박지성과 이영표,

이 두 거인이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남긴 사진이야말로 대한민국 국대의 명장면 중 하나다.

 

...

 

사실 당장의 국대만 놓고 보더라도, 과연 이 둘을 제외하고 또 다시 월드컵 16강 이상의 성적

내지는 신화를 꿈꿀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 공헌도는 말로 다 표현못할 수준이겠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역시 우리나라 대표팀은 상당 부분 이 둘한테 큰 빚을 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월은 영원치 못한 법.

 

언젠가 이 둘 역시 나이의 한계를 느끼게 될 테고, 대표팀도 그들의 후예가 절실해질 것이다.

누구의 말마따나 박지성의 존재유무가 곧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하는 현실은 지극히 발전적인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먼 얘기이기도 하다. '저변의 발전과 강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문득, 이제는 레전드로 등극해있는 두명의 또 다른 국대 선수들이 떠오른다. 바로 H-H 라인,

황선홍과 홍명보다.

 

...

 

 

 

 

 

 

월드컵 4강의 기적을 이룬 스페인과의 준준결승전 승부차기가 끝나자마자 서로

부둥켜 안은 두명의 사진 역시 이미 명예의 전당에 오를만한 수준이었었지......

 

그때도 이 둘의 부재로 인해 한동안 부침을 겪을 국대의 미래에 대한 걱정섞인

얘기들이 많았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4년 후, 독일 월드컵에서의 예선탈락도

어찌 보면 아직 채 완성되지 못한 세대교체의 후유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놀랍게도 현대축구에 있어서 이제는 거의 불문율로까지 입지를 공고히 한 포백

시스템을 보란듯이 무시한 채 신임 조광래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쓰리백.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기분좋은 추억이 서려 있는 포메이션, 결과가 중요한

경기에서 변칙적으로도 활용돼온 카드인데... '스탠다드'로 감히 다시 쓰리백을

꺼내든 감독의 생각에 대해 연신 고개를 갸우뚱해야만 했던 게 며칠전이다.

 

...

 

허나 정작 따지고 보면, 이 역시 포백 시스템의 사상과 그리 큰 차이는 없다.

 

즉 공격으로의 전환시 윙백들이 대거 전진하는 구도를 중앙 수비수가 대신하는

모습의 차이일 뿐, '트윈타워'를 자랑하는 수비라인의 기본은 어차피 동일하다.

(오히려 윙백들의 다이나믹한 움직임이 다소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 그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체력의 일부를 센터백들이 받쳐주는 형국으로 이해하면 된다.)

 

오히려 공격을 하는 경우, 수비수들을 가담시키는 효과를 통해 미드필드 진영에

다섯명씩이나 되는 선수들을 배치할 수 있음으로써 매우 변화무쌍한 공격을

펼쳐보이게끔 만들기 위한 전술이기도 하다. (3-4-2-1이라고는 했지만, 실제

공격시에는 오히려 2-5-3 전술이라고 봐야 한다. 즉, 쓰리톱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얼마나 이 전술이 효과를 보여주느냐다.

 

...

 

 

 

 

 

 

지난번 월드컵에서 우리의 16강 제물이 됐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한 오늘 평가전에서 국대는 기분좋은 2-1 승리를

챙길 수 있게 된다. 앞서 잠시 살펴본대로, 이는 사실상 쓰리백보다는 윙백들의 큰 역할에 힘입은 결과다. 이영표,

그리고 결승골을 작렬시킨 최효진 두명의 수비수가 보여준 활발한 움직임과 공격지향적인 시도들은 가장 눈에 띄었다.

 

기존의 윙백들이 다소 처진 형태였다면, 오늘 이 둘이 보여준 경기력은 가히 기존의 윙백과 미드필더의 일부를 합쳐낸

내용과도 맞먹을만큼 대단했다. (사실상 오늘의 MVP 역시 매번 거론해왔던 박지성이나 박주영보다도 이 둘한테

주어야 마땅할만큼 좋은 경기내용을 선사했고, 오늘의 압권도 전반 막판에 터진 최효진의 멋진 결승골 장면이었다.)

 

 

 

 

 

 

라이트 윙백은 이제 최효진이라는, 오랜만에 복귀한 '중고신인'의 활약을 기대해보면 될 것 같고... 남게 된 숙제는 또

여전히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이영표의 대체자, 그리고 '캡틴'의 자리를 이어받을만한 어마어마한 새 얼굴 뿐이다.

 

- 이 점에서는, 여전히 우리나라 국대가 아직은 박지성과 이영표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말하고 있기도 한 셈...

  또 여전히 부담스럽기만 한, 오늘 최고의 활약을 보인 두 윙백의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들도 꼭 발굴해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승리보다도 더 값진 선물 역시 전술적 변화에의 적응 못지않게 흐뭇할 좋은 신인들을 발견해낸 점이겠지,

 

모처럼 반가운 승리를 따낸 국대 선수들한테도 모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또 오늘 비로소 은퇴식을 가진 골키퍼,

이운재 선수한테도 그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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