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에 읽은 한겨레는 '참 좋은 신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좋은 글들이 많았다. (퇴근길에도 한번 더 읽다.)
아침마다 신문을 읽기로 결심한 건 언제였을까?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즈음해 내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그만큼
내가 의미를 두고 시작한 일, 또 그만큼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거꾸로, 지난 오랜 시간 동안을 이 의미를 잊고 지내온
셈인 걸까? 이제부터라도 좀 더 성실히 매사에 임해야 할 것만 같다. 인생은 오로지 한번 뿐이고 역사는 유구하다.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사람들로 차고 넘치는, 더할 나위 없이 효성스런 자식 덕에 세상에 부러울 게 없던 부자가 어느 날 불현듯 생각한다. ‘내 자식이 나에게 이리도 잘하는 건 내 재산 때문이 아닐까?’ 그 부자는 그 순간 꼼짝없이 지옥에 입장한다.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개털 아비가 어느 날 누군가에게서 자식이 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우리 아버지가 가난한 이유는 그가 자신만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 개털 아비는 그 순간 천국에 입장한다. 우리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외고생들을 많이 뽑기로 유명한 대학이 있다. 그곳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딱하다는 듯 혀를 찬다. “시골 출신은 달랑 혼자서 입학하지만, 외고 출신은 그 학생을 키워낸 부모의 재력과 권력, 인간관계가 몽땅 함께 입학하는 거잖아. 당장 기부금부터가 다르지. 김 기자라면 누구를 뽑겠어?”
한 신문사는 장차관, 국회의원 자식들이 유난스레 많다. 거기서 오랫동안 편집국 지휘봉을 잡았던 대선배에게 따졌다. “고관대작 자식들은 뭐가 다릅니까?” 되레 묻는다. “김 기자 클 때 아버지 책꽂이에 책이 몇 권이나 꽂혀 있었나? 놀러 오는 아버지 친구들은 직업이 뭐였나?” 말문이 막힌다. “책 구경이라도 더 했을 거고, 아버지 친구들이 다 중요한 취재원이잖아.”
허파 한쪽이 서늘해지더니, 아려온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괜스레 처에게 “거 학원비 아끼지 말고, 잘한다는 학원 좀 알아봐”라고 트집을 잡는다. 남이 볼세라, 사교육을 부추기는 <조선일보> 교육 섹션을 가방 안에 알뜰살뜰 챙겨 넣는다. “우파는 자신의 아이를 떳떳하게 사교육 현장에 보내고 좌파는 부끄러워하며 보낸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다......
사실 자본주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빌 게이츠가 내세운 ‘창조적 자본주의’의 핵심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또 창조경영의 핵심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하고, 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어야 한다. 최근 만난 미국 아쇼카의 빌 드레이턴 회장은 “조직의 모든 사람이 변화창조자가 되어야 미래 경쟁력을 갖는다”고 역설했다. 사실 꼭대기부터 말단까지 모두가 창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라야 미래 경제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한 사람의 상상력이 모두를 움직이는 두바이 모델이 종말에 다다른 것은 그런 경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창조에는 위험이 따른다.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도 곤란하다. 실패 역시 사회의 자산이다. 남긴 자산의 내용도 중요하다. 사막 위의 콘크리트 흉물을 남길 것인지, 아니면 사람을 남길 것인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인재를 키워 놓았다면, 그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텅 빈 건물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자산이 그 사회에 남는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민주적이고, 사회와 소통하는, 그런 창조경영을 재창조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바이 사태에 놀라 ‘창조경영’이라는 값진 화두까지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하는 이야기다......
[삶과경제] ‘두바이 실패’ 이후의 창조경영 / 이원재
아, 참 그리고 끝으로 "esc" 섹션에 실린 백석의 "무이징게탕" 얘기도 올려두도록 하자. 맛있는 글, ......
- [매거진 esc] 음식의 문화적 의미 분석·맛 재현한 <백석의 맛> <라블레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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