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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의 좀비, 기생충

단테, 2019. 8. 12. 01:51

 

 

 

 

 

 

 

 

 

- 봉준호, '기생충'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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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룬 상영작을 반년 가까이 지난 후에야 VOD로 본다, 비디오 시대보다도 뒤처진 개봉작에의 관심은 매체 탓만을 하기엔 그것 역시도 엄연한 경제적 지출임을 일깨운다.

내내 관심이 많았던 그 주제? 글쎄다... 여전히 봉준호의 작품들은 박찬욱의 것들에 비해 덜 좌파다. 가만히 보면 늘 체제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짐짓 '상상력'에 의지한 결과 탓일까? 현실 속 최대의 상상력은 자고로 혁명임에도, 현실에서의 트라우마 탓인지 애써 그걸 기피하려다보니 일종의 판타지처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간의 평에 비하면 점수는 후한 편, 허나 되레 내게선 지난 작품인 '설국열차'가 더 와닿았다. 체제의 폭력을 일깨운다는 점에서도, 그걸 극복하려는 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의 고고한 비아냥조차도. 이번 '기생충'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아마도 (작가의 의도는 아닐 텐데 오히려) 그 '리얼리티' 정도가 아닐까 싶기도.

제목이 '기생충'인데도 자꾸만 좀비 같다는 인상. 자본주의 사회의 굴레는 마치 지옥과도 같아서 이를 과연 "산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느냐를 먼저 되묻는다. 그래서 내겐 그 '기생충'들이 그저 사느니 못한 좀비들과도 같이 느껴져서다. 잔인하게 슬픈 운명을 다룬 영화다. 가장 지독한 건, 그래서 꿈이 없다. 안생기고 또 못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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