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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태풍이 상륙할 즈음
정부는 드디어 한일관계를 청산하자 했다
적폐청산의 구호는 비로소 현실이 되었고
저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중
프랑스산 KTX를 타고 용산까지 향하는 길
짙푸른 녹음과 마르지 않은 강물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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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전포고 이후 대뜸 찾아온 건
일본의 대대적 공습이 아닌 불볕더위다
푹푹 찌는 찜통처럼 집밖은 위험지대다
본격적인 태풍이 오기도 전에 이미
세상은 태풍의 눈처럼 말갛게 정지한다
아서라, 그러다 큰일난다 다들 만류하고
바깥 출입도 없이 컴캄한 방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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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KTX를 타고 용산으로 향하는 길
길가의 들풀처럼 차라리 싱그러울 수 있다면
한줄기 그늘 속 바람처럼 속이 시원했으면
무덤덤히 도심을 지켜보며 이내 서행하는 중
열차는 어느덧 태풍의 눈 속으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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