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또!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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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한편으로 서현진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한편으로는 찌질하지만 온갖 역경과 수난에도 근본적인 긍정적 힘이 오롯한 그녀의 캐릭터는 누가 보더라도 크나큰 연민과 동정 뿐이 아닌 응원과 동행까지 감정이 밀려든다. 현대판 여성적 매력의 한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까? (특히 어젯밤 전화통화에서 박도경한테 "보고싶다고 말해" 하는 '그냥' 오해영의 대사는 아무 감정도 없다며 냉정히 뿌리치는 남자한테 제 속마음까지 다 들켜 쥐구멍에나 숨을 처지인데도 당당하기까지 하여 사뭇 통렬할 법한 장면이었고)
내내 드라마를 보며 몰입하다가 이 드라마틱한 줄거리의 연결고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박도경 (에릭 분)이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라며 예견하는 삽화들은 꼭 현실로 일어날 일이며, 그때마다 시청자들은 사뭇 긴장하고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장치는 흡사 연속극들이 애용해온 예고편의 용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줄거리만이 갖는 힘보다는 그 연결고리의 힘 탓인지 지루함과 소강상태가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꽉 짜여진 듯한 극의 전개는 사실 이 장치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지극히도 현실적인 드라마가 이토록 극적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열쇠.
다만 내러티브만으로도 이런 힘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는 없을까를 잠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리얼리즘이 차용한 판타지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 현실보다는 극적 전개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일임에 분명하니까. 드라마를 소비하는 계층들 모두 이미 익숙해진 쟝르적 질서의 관행을 기꺼이 수용할 줄 안다는 게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인데, 드라마 전체를 온전히 현실적인 무언가로 치환하고자 할 때 하필이면 바로 이 장치, '복선'이 그걸 막아서기 때문. 그것도 가장 비현실적일만한 '예지력'이라니. (오죽하면 의사까지 나서서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들먹거릴까도 십분 이해는 되나 그건 여전히 술자리 같은 데서의 가십 정도이지 의학적 정설로는 도대체가 터무니없다.)
- 요즘 드라마들이 처한 평가의 잣대 중 하나, 일종의 시쳇말로는 "쫄깃함" 따위.
문제는 그거다. 작가는 어떤 형태로든 앞일들을 독자에게 암시하려는 일련의 경향을 갖고 또 이들을 독자한테서 '유추'라는 힘과 능력을 호출하게 만드는데, 그 안내 또는 길잡이 역할을 인위적으로 고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차피 허구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반론. 즉 자연스럽게도 그 연결고리가 형성될 수 있는 건 솔직히 우연에 더 가깝겠고 반대로 작가의 논리적 사유를 통한 장치들도 어울리지 못할 악세사리처럼 오히려 거추장스럽거나 불필요한 군더더기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충분하니까. 이 드라마의 작가가 오히려 이 점, 이 딜레마를 제대로 정면돌파해보겠다는 심산으로 아예 판타지를 차용했다면 이미 숱한 드라마들에서 본 각종 허구의 장치들 - 예를 들면 남녀의 몸이 서로 바뀐다거나, 시간을 뛰어넘거나 또는 아예 꿈속을 왕래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들 - 역시 모두 스스럼없게도 제 알리바이를 주장하고 나설 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편. (이 점은 몇달전에 극찬 속에 종영한 "시그널"의 무전기 씬과도 맞물려 있는 지점)
복선? 사실 꼭 필수적인 장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 기법의 변천과 발달들이 어쩌면 그만큼 스피디해져버린, 인스턴트식의, 도저히 인내심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현대판 독자들의 초상에 대한 일종의 거울과도 같을 모습, 역설은 아닐까도. 작가들이 독자한테 내미는 처연한 구애의 몸짓들 중 하나도 아닐까 싶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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