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11월 6일 (금)

단테, 2015. 11. 6. 23:41

글 / 벌써 16년... 기타를 꿈꾸다    


- 오늘의 편지,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 심보선 

 

 

* [염홍철의 월요일 아침편지], http://blog.naver.com/yumone2010/120132412289   


                                                                             

                   


- 편집하는 말,   

   

16년이라는 세월은 여러모로 많은 기억들을 돋군다. 한때 프로필 메시지를 "기타와 함께 한 16년의 세월들, 그리고..."라며 음악적 이미지를 강조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 또한 자작곡이 아니고서야 또 다른 창작의 길까지는 여전히 머나먼 길일 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도 (특히 소설) 첫 습작 제목이 '2016년의 한 소설가에게'였는데... 그 소설처럼 정말 2016년이 다가오는구나. 그동안 나는 무엇을 얻었으며 무얼 잃고 또 무얼 찾아 헤매었는가... 모르겠지, 

   

새로 산 전기기타줄을 아직도 갈아끼우지 못한 채 벌써 또 한달 가까이가 흘렀구나. 그만큼 절실한 그 어떤 기운 같은 게 없어서였을 거야...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언제쯤 그걸 해치워야 할 테고, 또 매번 주말마다 꾸역꾸역 찾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제대로 된 독서를 해냈으면 싶어. 

  

"역사쿠테타"가 벌어진 한주 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참 시끄럽게도 돌아가는 모양. 어처구니가 없을 일이라도 만일 그게 대다수의 '침묵'을 동반한다면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 수 있다는 교훈, 배움을 얻기엔 지나치도록 비싼 값을 치르는 중인데... 책임있는 사회의 주체는 결국, 나 또 너다. 

                    


- 블로그의 글,     

- 인터넷의 글,     

- 그밖의 말들,      


*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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