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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이미 작품성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다 할만큼 저력이 있는 작가의 개봉작을 주말에 봤다. 일제시대, 그 암흑의 시대를 관통한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으로 서사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마치 예전의 영화 "관상"에서처럼 전혀 옛것 같지가 않은 현재, 그 동시대성을 음미하면서 두어시간 남짓한 런닝타임을 소화해냈다.
출연진 또한 "믿고 보는" 수준이다. 전지현의 연기력은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을 비껴갈만한 수준이 됐고, 이정재와 하정우는 이미 충분히 쌓은 내공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연들 또한 빛난다. 특히나 속사포로 분한 조진웅의 열연은 충분히 연말 영화제 조연상 후보감이며 오달수는 명불허전이다.
영화는 참 많은 미덕들을 갖는다. 옛 노래들이 울려퍼지는 분위기랑 흑백사진을 쏙 빼닮은 세트장,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얼개들은 관객들을 충분히 즐겁게 만든 요소들임에 분명하고. 커피, 두 남녀의 알듯 모를듯한 연민의 매개체로 등장한 커피는 흡사 외국 고전에 나올 법한 얘기였으며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권총에 의한 급작스런 죽음을 맞는 안옥윤의 쌍둥이 역도 제법 예상을 넘는 설정이었을 게고. 하여튼,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후, 우두커니 잠시 생각을 해본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영화 중간에 벌써 내 결론은 났던 모양인데 대뜸 "별셋"이라고만 읊조린 연유는 무얼까? 나름대로는 썩 괜찮은 작품이고, 또 이 시대 우울한 영혼들이 저마다 위안삼아 볼만한 내용이기도 하건만... 그걸 톺아본다.
하정우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인 안옥윤도 신흥무관학교 출신인 속사포도 아닌 "하와이 피스톨"의 죽음이 가장 안타깝게 느껴졌다면 오로지 내 개인적 취향 탓일까? 내러티브를 살짝 틀어본다면, 또 낯선 해변가에서 그가 다시 안옥윤과 재회하는 장면은 또 어땠을까... 그게 일종의 판타지였다.
어쩌면 이 극적 장면이 오히려 더 낯설게도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요 역사였다면, 그건 곧 현대사 전체를 관통하는 역사적 비극이자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그 굴레에 대한 반증일 뿐이겠다. 그래서 그게 혹 내겐 큰 불만이었을까... 가뜩이나 꿉꿉한 현실 속에서 그토록 위안을 얻고자 하건만 되레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이 지독히도 불편했기 때문이었던 건, 오로지 관객의 욕심일 뿐이다.
아, 어쩌랴... 이게 현실인 것임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그 불편함을 안고 나서는 극장 밖은 내내 평온하기만 하여서, 그게 더 불만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지만... - 이건 사실 레지스탕스도 아닌 일개 보헤미안 같은 족속의 푸념 뿐인 흰소리일 수밖에 없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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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영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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