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대화
- 오늘의 편지,
[사설] '한국의 미래' 함께 찾아 나선 '진보-보수 대화'
[한겨레]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표적 연구단체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한 해법을 함께 찾아보려는 뜻깊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양편으로 갈려 극심한 대립과 갈등만 확대 재생산해 오던 한국 사회의 척박한 풍토에 비춰볼 때, 신선하기도 하려니와 충분히 기대를 모을 만하다.
6월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경제권력(재벌)과 민주주의·시장경제,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나'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월례 합동토론회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의 첫번째 행사였다.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 말 개혁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독립적 민간 싱크탱크이고, 진보 성향의 경제개혁연대·경제개혁연구소는 정부의 재벌·금융정책에 대한 날 선 비판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의 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만남이란 평가에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이날 오간 이야기들을 꼼꼼히 되새겨보면, 진보와 보수 두 갈래 목소리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 보수 성향의 학자 입에선 "정치권이 재벌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하지 못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위기에 빠졌다"는 자성이 나왔다. 야당의 '선명성 함정'을 비판한 진보 성향의 발제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지적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구조적 난제들과 맞닥뜨려 있다. 저성장, 양극화, 불평등, 청년실업, 고령화·저출산,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노사관계 개혁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레 해결될 성질의 어려움도 아니다. 열린 자세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만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엔 진영논리만이 판을 치는 탓에, 합리적 대화와 소통이 들어설 공간은 좀체 찾기 어려웠다. 특히 사회 갈등을 앞장서 중재해야 할 정치권은 해묵은 악습과 단절하지 못한 채 당파적 이해득실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화와 소통은커녕 되레 대립과 갈등의 골만 깊게 팬 것은 이런 탓이 크다.
몇 차례의 대화와 토론만으로 진보와 보수로 갈린 두 진영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여러 주제에 대해 진보와 보수 진영이 과연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재벌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 금융, 조세, 노동 등 여러 현안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다달이 이어진다고 하니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첫발을 뗀 진보-보수의 대화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 지혜를 끌어내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 한겨레, http://media.daum.net/series/112249/newsview?newsId=20150701185023220&seriesId=112249
- 편집하는 말,
생일을 맞는 기분은 남다르다.
예전에 6월 29일을 생일로 보낸 군대에서는 본의 아니게 단체 기합을 받은 관계로 초여름 땡볕을 내내 연병장에서 완전군장으로 몇바퀴나 뺑뺑이를 돌았나 모른다. 그때 기억이 아마 최악이었나? 아니면, 졸업반 시절 때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나 혼자만의 생일을 맞으며 보낸 적이 더 컸을까...
최근 들어 생일이 되면 꼬박 연차를 내고 집에서 쉬는 게 일종의 연례행사처럼 생긴 일이다.
적어도 생일만큼은 괜시리 회사에서 쓸데없는 일로 기분을 상하고 싶지 않아서... 지나친 피해의식? 아무튼 그래,
'대화'를 나눈다는 일, 그건 일종의 축복과도 같다.
대화도 없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낸다는 일만큼 고역도 없을 테고, 또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려는 시도 또한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해진다. 그게 비록 한낱 E-mail이거나 메신저 한마디 또는 카카오톡 메시지 정도에 불과해도 그 '소통'의 가능성을 체감한다는 일보다 더 큰 <동질감>은 없으리라...
집안 일에서도, 또 회사 일에서도 마찬가지일 테나 실은 사회와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 시도는 꽤 생산적이지 싶다. 나라 꼴이 영 말이 아니므로, 오죽하면 보수-진보가 함께 대화를 시도했겠나도 싶지만 반대로 늘 '미래'를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이미 여러 차례 엇비슷한 제안들은 있어왔던 얘기, 또 일종의 대안적 차원에서 꺼내는 실행의 지침이기도 했고... 좋은 결실, 바람직한 결과만이 해답.
마르크스의 "자본"은 전적으로 고전경제학과의 대화를 통해 가능했으며, 자본주의 또한 "자본"의 비판을 심사숙고한 결과로 21세기까지 인류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등극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역시 인류의 지혜가 또 무슨 대안을 찾고 미래를 모색하는 일은 오로지 역사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자기성찰"과 "반면교사"는 둘 다 유용한 접근방식일 테고...
나는 누구랑 대화를 하여야 할까? 또, 그 준비는 되었나? 그만한 자기성찰을 해오고 있나?...
스스로한테 이런 질문부터 던져보는 저녁,
'대화'를 통한 모색과 시도. 반성과 성찰 다음에 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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