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6월 28일 (일)

단테, 2015. 6. 28. 22:32

글 / 가난의 시대    


- 오늘의 편지, 

       

     

     

[2030 잠금해제] 선량한 시민으로 존재하길 / 희정

  

    

[한겨레]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 간 민사소송조차 시간 들고 품이 든다. 소송 금액이 소액이면 포기하란 조언마저 듣는다. 괜히 속병 생겨 치료비만 더 든단다. 그러니 싸우는 상대가 국가나 기업, 돈 좀 쥐고 있는 사람이면 험난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싸우는 이들은 많은 것을 잃는다.

예전, 한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고용주는 하늘이고, 관리직은 벼슬인 회사였다. 얼마나 직원들 불만이 높았던지 노동조합 가입서가 등장한 지 10분 만에 150명이 가입했다. 그러자 회사는 그와 맞먹는 수를 해고했다. 복직 싸움이 시작됐다.

그간 받아온 것이 최저임금. 월급 끊긴 상태로 버틸 수가 없어 많은 사람이 떠나고 소수가 남았다. 싸움이 해를 넘기고 또 넘겼을 때, 이 중 한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동네에 들어서면 앞만 본 채 종종걸음 친다고 했다.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아는 사람들은 물었다. 잘 되고 있어? 언제까지 할 건데? 할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충고했다. 그만하면 됐잖아.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싸움이란 그랬다. 이해받지 못하면 비난받아야 했다.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때론 동정했다. 사람들은 동정받기 싫어 안 좋은 일 하나쯤은 숨기고 산다. 그러나 싸움이란 고스란히 내 사정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일이다.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드러낸다. 평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랬다. 자신의 가장 은밀한 것을 드러냈기 때문에 쉬운 조언과 악의 없는 평가에도 마음이 무너진다.

그녀 말을 들은 뒤,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면 수그린 어깨와 다급한 걸음새를 떠올린다. 그들이 광장을, 국회 앞을, 농성장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생각한다. 견디며 싸우는 것이다. 그토록 절실하다.

그래서 나는 때로 '선량한 시민'들에게 화가 난다. '저쪽도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 양보해서 안 될 게 뭐가 있냐. 그만할 때도 됐다'. 악쓰는 사람들을 향해서 '저렇게 까지 해야 해?' 하는 선량한 말에 다친다. 못된 마음이 올라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들은 당해보지 않아 몰라. 당한 순간부터 돈과 힘에 의해 굴러가는 세상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나는 초라한 개인일 뿐임을. 가만있으면 가마니 취급일 뿐이지만 가만있지 않는다 한들 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억울함은 가닿지 않는 그런 현실을, 당해보지 않아서 몰라.

그럼에도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들이 언제까지나 선량한 시민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정체된 도로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욕하기를, 세월호 천막을 보며 그만 좀 하지 혀를 차기를, 1인시위를 하는 이의 후줄근한 옷차림에 눈살 찌푸리길. 그럴 수 있는 사람으로 머물길 바란다.

망망대해만을 바라보는 일이, 논에 들어선 송전탑과 하루아침 문 닫은 직장 앞에 서는 일이 없기를. 뉴스에서나 보는 무서운 일이 남의 사정이기를.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요. 법도 국가도 실체를 알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도,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럼에도 나는 마냥 운 좋은 사람이 아니기에, 언젠가 부당함이 오는 날을 준비해야 한다. 비정규직, 프리랜서, 여성, 평범한 개인. 내 지위를 설명하는 것은 약한 단어들이다. 약한 내가 어느 날 닥친 부당함에 맞서 힘겹게 싸울 때, 섣불리 비난받고 평가당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일단, 싸우는 이들을 존중할 생각이다.
 
희정 기록노동자

  

      

* 한겨레, http://media.daum.net/series/112279/newsview?newsId=20150628192010222&seriesId=112279 

                                                                                                                  

    

                   


- 편집하는 말,   

       

이틀의 주말은 늘 아쉽기만 하고 늘 벼락같이 빠른 촌음 속에 사리지곤 한다. 유월의 마지막 주말, 어김없이 찰나의 순간들이 잠시의 늦잠과 잠시의 자전거와 잠시의 TV 속에서 포말처럼 사그러진 저녁... 일요일, 새로운 한주이자 유월의 마지막 이틀만을 남겨놓는 시간.   

  

철없는 '희망'의 꿈이 지독한 현실적 가난과 맞바꿔야 할 가치라면... 실로 그 선택은 웬만한 상식, 사회적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못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서민"의 삶... 

  

- 주말에 문득 든 생각.  

               


- 블로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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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밖의 말들,   


*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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