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5년 7월 3일 (금)

단테, 2015. 7. 3. 09:49

글 / "전공불문"의 필요성     


- 오늘의 편지, 

   

         

                  

[정동칼럼] 대학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대학의 체육학과에서 야구와 관련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이 있다. 유명한 프로야구 구단이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이 학생이 야구를 잘할 것으로 생각하고 스카우트를 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켜보니 잘못 뽑은 것이다. 야구에 대한 지식은 많고, 과학적인 분석도 잘하는데 막상 야구를 잘하지는 못한다. 구단은 대학에 불평을 늘어놓는다. 도대체 대학에서 교육을 어떻게 시키기에 뽑아서 바로 써먹을 인재가 안 나오느냐고.

하지만 체육학과는 억울하다. 그게 체육학과의 존재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육학과 교수들은 체육학이라는 학문에 정통한 박사들이지 야구의 실기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체육학이라는 학문이지 실전 야구가 아니다. 실전 야구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야구 코치와 감독이다. 그렇다고 체육학과 교수를 학문을 한 박사가 아니라 야구 선수나 감독으로 대체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야구단을 만드는 것과 다름이 없고, 어쩌면 프로야구단에 가기 위한 예비 야구반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상은 절대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체육학과의 우수한 졸업생이 실전에서 프로급의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체육학과 졸업생이 일반인들보다 운동을 잘할 가능성은 크다.

그 이유는 체육학과에서 운동과 관련된 것을 많이 배우고, 또 실기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체육학과에 지망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정치학과를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정치학과 출신이 정치와 관련된 직종을 택할 확률은 높지만 정치학과를 나왔다고 정치 현장에 바로 투입하면 정치를 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정치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잘 아는 것과 “현장에서” 잘 아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기업에서는 학생들이 관련 전공학과를 나오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 달라고 대학에 요구한다. 현장 전문가가 아닌 학문 전문가인 교수들에게 학문이 아니라 현장을 가르치라고 한다. 마치 체육학과 교수에게 관련 학문을 가르치지 말고 바로 야구를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다 해당 분야의 학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들이다. 교수들은 고도의 학문적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훈련을 수십년 받아온 사람들이지 실기에 정통한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실기를 분석하기는 하지만 실기를 분석하여 추상화, 개념화, 이론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에게도 실기가 아니라 추상적이고,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학문을 가르친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우는 것의 추상화, 개념화, 이론화의 정도는 더욱 높아만 간다. 어떤 의미에서는 현장지식에서 더욱 멀어진다는 얘기다. 당연히 그런 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될 훈련을 받고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추상적이고,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지식을 교육받고 현장에 나가게 된다.

문제는 기업과 대학 간에 이러한 수급 불일치가 생기니까 학생들은 취직을 위해 대학 정규과정과는 상관없이 따로 취업 준비를 하고 취업 관련 수강을 듣는다. 기업은 신입사원의 재교육 비용을 대학에 떠넘기려 하고, 대학은 기업이 필요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없으니까, 취업준비생들이 기업 재교육 비용의 상당 부분을 자비로 부담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을 제대로 취직시키는 교육을 못하는 대학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답이 있지만, 일단 대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창조적 대안을 찾아내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기업이 재교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대학에 할 수 없는 것을 자꾸 요구하게 되면 대학도 죽고, 학생도 죽는다.

반면 대학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해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21세기에 맞는 생각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 대학 개혁은 절실한 문제이지만 개혁의 방향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교육으로 향할 수 있는지는 기업이 스스로 자문해보길 바란다.

 

<이근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싱크탱크 미래지 원장>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50702210651997 

                    

          

                   


- 편집하는 말,   

         

소위 '배경' 내지는 '백그라운드'가 갖는 의미에 대해 현대에서처럼 사소한 것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시대도 없었다. 그만큼 오히려 "통섭" 같은 게 더 중요해졌고, 아니면 기득권의 질서 내지는 조직 내 '라인' 같은 게 훨씬 더 횡행해온 게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인데... 물론 '체계적 학습'을 경험하지 못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혼'과 '경험' 측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일인 것도 같고, 무엇보다 그 '직업'에 대한 생각과 태도와 노력의 정도가 훨씬 더 중요한 건 아닐까 정도로. 

    

등단도, 경영도, 또 심지어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같은 전문분야들도 모두 다 마찬가지일 문제.     

 

- 알고 보면 '학벌'이란 그저 그런 기득권만의 문제일 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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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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