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회를 다시 생각함
- 오늘의 편지,
[사설] 얼토당토않은 복지 과잉론
[한겨레] '증세 없는 복지'의 실패와 잘못을 인정하면서 복지·증세 논쟁에 불을 댕긴 여권 일각에서 뜬금없이 '복지 과잉론'을 들고나왔다. 증세에 반대하는 일부 여론을 의식해 복지 구조조정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내 복지 실태와는 전혀 동떨어진, 여론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복지 과잉론을 띄운 당사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복지 과잉에 대한 우려는 6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복지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해 부조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고쳐야 한다"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증세는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증세보다는 먼저 복지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지금 우리 복지가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만큼 높은 수준인가? 그리고 복지 과잉으로 나태해진 국민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가? 한국의 복지 현실에 비춰보면 김 대표의 주장은 황당할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4%로, 조사된 2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출산율 세계 최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최고 등 다른 통계에서도 참담한 '복지 결핍'이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복지 과잉론을 거론하는 것은 복지 축소를 위한 여론 호도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복지 정책이나 관행에서 고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복지사업의 부처 간 중복, 민간 복지전달체계의 비효율 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복지 재정의 강화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복지 과잉론의 근거로 삼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정책 기조가 사실상 폐기된 이유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허구적인 전망을 근거로 한 탓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늦게나마 이를 인정함으로써 조세와 복지 체계의 개혁을 위한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얼토당토않은 복지 과잉론 따위로 분란을 일으키는 행태가 안타깝다.
* 한겨레, http://media.daum.net/series/112249/newsview?newsId=20150206211006746&seriesId=112249
- 편집하는 말,
언젠가 '정치'를 "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라고 명명하여 선언했던 적이 있었지... 요즘 들어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은 거꾸로 그 반대의 하급 정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복지 과잉으로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발언이거나, 당장 또 오늘은 "복지구조조정" 따위를 운운하는 모습,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드는 그들만의 특유한 기술은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뇌구조가 상당히다른 모습은 짐짓 조상들마저 의심케 만든다. 실제로 이 땅의 대다수 기득권 계층이 누려온 그것들이야말로 일제시대부터 면면히 내려져오는 친일파들의 그것 아니던가.
아무튼 '민주주의'를 넘어 이제는 다시 '사회'를 모색하고 시도할 차례다. "사람이 살만한 사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는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님에도 유독 이 나라에서만큼은 그게 잘 실현되지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치>다. 정치에서의 승리 없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충분히 깨닫게 된 지금...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정치를 운운할 건 아니고,
다만 그 '사회'를 새로이 건설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과정인지를 분명히 안 지금은 더 이상 이 문제를 다른 누구한테 맡겨서 될만한 일이 아님을 알고 스스로 무언가라도 먼저 개척하고 또 앞장서는 일이 중요함을 인식하는 출발점이겠다.
비단 노인빈곤률과 자살률 1위 같은 통계들로 대체될 수준이 아닌, 실제로 대다수가 겪고 있는 이 몹쓸 세상을 어떻게든 확 뒤집어엎든 갈아엎든 아니면 모조리 싹 바꾸든간에 사람이 진정 사람답게살 수 있는 세상으로 변모시키는 일은 당장 이 세대 뿐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시대적 책무요 역사적 과제라고 본다. 말이 거창할 뿐이지 당장 내 아이, 이웃들의 아이가 이 시대를 지켜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 의의와 가치는 절박하기만 하고.
일요일, 오후.
혹한의 바람이 몰아닥친 새벽부터 벌써 오후까지 내내 집밖을 일체 나가보지도 않는 은둔의 시간들뿐... 어딘가라도 외출을 감해해볼 차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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