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꿈... 잊을 수 없는 단어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 오늘의 편지,
[이택광의 왜?] 이젠 고시원에 꿈들이 살지 않는다
화려한 서울의 도심을 지나다보면, 고시원이라는 간판을 단 건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과거에 고시원은 사법시험을 비롯해서 '고시'라고 불리던 각종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사설 공부방이었다. 이른바 한국이 '압축 성장'하던 시절에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가장 빠르게 타고 오를 수 있는 수단이 이른바 '고시'였다. 타고난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노력으로 출세해서 영광과 찬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성취가 '고시 합격'이었고, 이런 까닭에 '고시생'이라는 신분은 현재의 곤궁을 미래의 가능성으로 유예할 수 있는 훌륭한 보증이었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요즘에 이런 고시원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이제 고시원은 고시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비싼 주거비를 지불할 수 없는 이들이 머무는 장소가 되었다. 일시적인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주거형태로 고시원이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시원을 주거시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고시'가 고도성장의 꿈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고시원은 오히려 이 꿈의 종언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런가. 열악하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고시원은 쪽방보다 나은 주거형태이다. 그래도 고시원은 경비원이든 공공근로이든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살아가는 공간이다. 고시원조차도 사치스러운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드는 곳이 바로 쪽방이다. 고시원과 쪽방은 종이 한 장보다도 얇은 경계로 나뉘어 있지만, 그 차이는 자못 크다. 자신의 노동력을 더 이상 팔 수 없을 때, 노숙인으로 전락하지 않고 개인의 삶을 마지막으로 영위할 수 있는 임계 지점이 바로 쪽방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시원과 쪽방은 전혀 다른 상징성을 갖는다. 고시원에 거주하려면 최소한 소득은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고시원은 인근 도심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노동력을 팔아서 월세를 충당하고 생활도 영위한다. 이들에게 도시는 여전히 가능성의 공간이고 삶의 터전이다. 쪽방처럼 도심의 뒷전에 밀려난 공간이 아니라, 화려한 건물 틈새마다 초라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고시원이다. 이 건물들의 이름이 오늘날에도 고시원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적절하다. 간혹 고시텔이라는 명칭도 없지 않지만, 고시텔이든 고시원이든 결론적으로 신분상승의 꿈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도심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다.
고시원의 존재가 한국 도심에서 빈민가의 형성을 불가능하게 했다는 진단도 있지만, 실제로 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생각을 필요로 한다. 고시원이 궁극적으로 저소득 1인 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런 주거형태를 존재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1인 가구의 출현이다. 고시원에서 2인 이상 거주하면서 육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결코 근대적인 가족 구성에 적합한 공간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고시원이 이렇게 번창하게 된 것은 그만큼 1인 가구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때 단란한 가정을 꿈꾸던 중간계급의 붕괴를 건축이라는 실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고시원인 것이다.
1인 가구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저소득이라는 경제문제였다. '압축 성장'을 구가하던 시절에 인생 역전을 꿈꾸기 위해 탄생했던 고시원이 이제 역전하기 어려운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악무한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저소득 1인 가구의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과연 이들에게 인생 역전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줄 대책들을 정부는 지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그러나 기대는 금물인 것 같다. 집권 여당의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 온다"고 말했다.
한국은 복지 과잉을 걱정하기 전에 복지 과소를 먼저 해결해야 할 처지이다. 게다가 이런 주장은 한나라당 때부터 여당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눈만 뜨면 성장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정작 그 성장의 원동력에 대해 등한한 것은 왜일까.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50206211807902
- 편집하는 말,
정오가 지난 토요일 오후... 도서관 자료실에서 '창직'과 '창업'에 대해 고민해보다.
직장생활과는 또 전혀 별개로 '1인기업'이라는 타이틀에서 늘 부닥치는 이 문제는 결국
내 '핵심역량'을 뜻하는 화두이기도 한데, 문득 내 지난 경력들을 떠올려보게 만든다.
사회적 문제는 바로 '보편적 복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수십 세기 동안을 인류는 투쟁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노예해방, 그리고 지주로부터의 해방, 또 자본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이 도도한 여정이
여전히 그 사슬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연유는 무얼까? 지배계급의 권력, 불공평한 게임,
결국 이들은 모두 '혁명'만을 필요로 한다. (그게 산업혁명이든, 문화혁명이든, IT혁명이든)
...
주말이다.
일주일에 불과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는, 오로지 내 시간만으로 채울 수 있는 동안을
과연 나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를 잠시 생각해보게 되는 오늘, 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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