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또 다시 현장... '전기'가 필요한 때
- 오늘의 편지,
[리더스포럼] 한국 플랜트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IT
지난 2003년 63억달러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2010년 645억달러를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플랜트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기술 강국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외화수입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플랜트 산업은 기계 및 장비의 제작 등 하드웨어와 이러한 하드웨어의 설치에 필요한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소프트웨어, 그리고 시공 및 유지보수 등이 복합된 종합 시스템 사업이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지식 집약적 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기여한 효과는 매우 크다. 이 산업의 장점은 바로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기계, 전자, 배관, 화공 등을 모두 포함한 산업으로 스케일 자체가 크다. 플랜트를 구성하는 각종 요소들을 동반해 후방산업 연관효과뿐 만 아니라 금융 등의 소프트파워와 함께 전방산업에도 월등한 파급효과를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잘나가는’ 한국의 플랜트 산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인가. 특유의 경쟁력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해 왔지만 사실 풀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주지역의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우리기업은 전체 수주실적 645억달러 중 60%에 해당하는 381억달러를 중동 지역에서 수주했다. 2009년에도 역시 67%의 의존도를 보여 지역다변화가 절실한 과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플랜트 강국 진입에 있어 또 하나의 과제는 가치사슬 상위 단계로의 진화다. 우리기업의 역량은 경쟁강도가 높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EPC 분야에 집중됐다. 반면, 선진업체들은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프로젝트 종합관리), FEED(Front-End Engineering & Design, 기초설계기술) 및 구매조달부분 등 고부가가치 기술을 독점하면서 후발업체의 진입을 막는다.
우리 플랜트 업계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다양한 전략이 있겠지만 나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정보기술(IT)과의 접목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눈부시게 발전한 정보기술은 수많은 기술적 진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IT 융합기술을 창출해 내며 진화하는 추세다. 바야흐로 IT와 타산업과의 컨버전스를 통해 全산업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며,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분야로 해양플랜트를 들 수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 해양플랜트 기술력과 IT의 접목은 향후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추기에 충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석유, 가스 등의 자원 확보가 육상에서 연근해로, 다시 심해로 확대되는 추세다. 해양에서 육상과 같이 인력을 동원해 채굴 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향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메카트로닉스, IT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육상플랜트 기술 분야에도 IT와의 융합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유량, 유압, 온도, 계측 등 전통적인 제어시스템에서 IT를 활용한 예측시스템으로의 접근을 시현하면 더욱 효율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스마트 플랜트’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진행되는 사항이다. 발 빠른 선진업체들은 이미 이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업계에도 IT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STX조선해양은 첨단 IT를 이용해 현장정보를 한눈에 파악하는 ‘스마트조선소’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포스코ICT-한국해양시스템 안전연구소간의 해양 IT분야 협력 MOU도 이러한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성장일로를 걸어왔던 우리 플랜트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확고하게 다져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면 역시 독보적인 기술개발 이외에 해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의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바뀌고 애플의 아이폰 출시가 휴대폰시장의 판도를 일순간에 바꾸어 놓았듯이 그 동안의 경쟁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지금, 이 시점이 바로 우리 플랜트 업계가 또 한 번 비상(飛上)하기 위한 변곡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성옥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부회장 sol@kopia.or.kr
* 전자신문, http://www.etnews.com/201105310039
- 편집하는 말,
오리무중인 지금... 미래는 늘 불확실하지만, 또 때로는 그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고쳐가는 노력은
언제나 당사자인 스스로일 뿐. 단 한번도 그 누가 그 일을 대체해준 적 있었나? 그렇구나.
현장으로 출근한 오전은 내내 이런저런 일과들로 분주하기만 한데, 오후에라도 잠시는 스스로한테
'그래서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 같고... 그게 필요한 때,
'초심'이라는 낱말을 문득 떠올린다. 새내기 시절의 풋풋한 감수성도 기억나고... 그 시절의 감동 역시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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