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동사니/뉴스레터

2014년 8월 27일 (수)

단테, 2014. 8. 27. 13:09

글 /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 오늘의 편지, 

   

- 다섯손가락의 노래 한곡,               

   

     

다시 시를 읽다 (1) : 최영미, '선운사에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한때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소설 읽기를 훨씬 더 좋아했지만, 그래도 쓰는 건 시를 쓰겠다며 늘 시를 읽었고, 외웠고, 옮겨 적었고, 썼다.

중학교 때는 학교 가까이 있던 경복궁을 거의 매일 찾아가 벤취에 앉아 시를 읽고 외웠다.
경복궁 입장료를 냈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다만 차비 아낀다고 아현동 집까지 자주 걸어다녔던 기억은 남아있다.
매일 새벽 1시 30분에 귀가하는 중3 딸아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나도 꿈만 같다.

고등학교 때는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나름 열심히 썼다.
'문학의 밤' 행사에 나가 낭송도 하고, 초청 시인의 평을 들으며 가슴 졸이기도 하고,
또 그의 자작시 낭송을 들으며 홀딱 빠져들기도 했다.

대학 주최 '백일장'에서는 늘 '시 부문'에 참가했다.
한 번은 숙명여대 주최 백일장이었는데, 심사위원장이었던 김남조 시인께서 심사평과 시상을 하는 자리에서
자작시 낭송을 하셨는데 완전 환상이었다.

그러나 관심과 노력은 시의 수준과는 무관했던지 한 번도 상을 타진 못했고,
내게서 '내가 직접 쓰는' 시는 서서히 사라져갔다.
때때로 시집을 사서 읽고, 시를 베껴 적어 편지를 쓰기도 했지만  
시를 향한 어릴 때의 내 순정은 이미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  

그후 내게 시는 한없는 거리감과 함께 지나간 그리움일 뿐, 생활은 아니었다.

다시 시집을 찾아 시를 읽게 만든 것이 바로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서>.
강의하러 갔던 노인복지관 화장실 안쪽 문에 자그마한 사진과 함께 시가 적혀있었다.

보통은 어르신들께 맞는 명언이나 잠언, 경구들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복지관은 좀 달랐다.

집에 와 큰 아이 방 책꽂이에 모아 놓은 시집을 뒤졌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첫 시였다.

그래 시가 있었지...
내 생에 시가 있었고, 내가 맺은 관계 속에 시가 있었고, 내 가슴 속에 시가 있었지...
한 때는 내 마음을 또 그의 마음을 담은 시를 나누면서 깊이 깊이 새기고 음미하며 밤을 밝힌 적도 있었지...
서로에게 보낸 시를 액자에 끼워 놓고 매일같이 보기도 했었지...

계절 탓일까. 아니면 옛 추억을 되새기는 나이 탓?
다시 시를 읽고 싶다. 읽고 싶으면 읽는 거지, 뭐.
지나간 시절의 시도, 새로운 시도, 그냥 읽어보련다...

그래서 마흔 여덟 아줌마, 다시 시를 읽는다.

 

  

* 마흔에서 아흔까지, http://blog.ohmynews.com/treeappl/200072 

                                                                       


- 편집하는 말,   

    

아침 공기가 서늘해졌다. 벌써 가을인가 싶어, 날짜를 다시금 센다.

8월 27일... 생일을 맞은 아이한테는 어떤 '꿈'에 대해 이야기해줄 차례일까?

  

그래서 나도 모처럼 詩 한편을 꺼내 읽어본다, 차갑다,

따뜻한 詩心을 가진 詩人이 많은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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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밖의 말들,   


* 글, http://blog.daum.net/dant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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