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프란치스코 교황, '유민 아빠' 김영오씨...
- 오늘의 편지,
[왜냐면] 종교의 존재가치 일깨운 프란치스코 교황 / 박진규
[한겨레]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방한 내내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또 반응하였다. 25년 만의 방문이어서 비교가 쉽진 않지만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때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는 전통적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교황의 행보에 덧붙여,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쉽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이번 방한에서 카메라를 통해 드러나는 교황 개인의 모습보다는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바티칸과 전세계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교황이 드러내는 모습은 그의 정치적 지위와 제스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뿐 아니라, 같은 모습에 대한 반응도 각 사회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파장을 이해하는 건 우리의 현주소를 읽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은 그의 검소와 소탈함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배경으로 그가 수차례에 걸쳐 매우 분명히 드러낸 부유한 자 대 가난한 자, 권력자 대 힘없는 자의 구도,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인간적인 경제모델, 그리고 그 생산물로 규정한 경제적 불평등과 "죽음의 문화" 등에 주목했다. 또 교황은 그러한 구도를 짚어내는 데 머물지 않고 이에 "맞서 싸우라"는 주문을 더함으로써 울림이 컸다. 더구나 일정 내내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노동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용산참사 피해자 등에게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여 이런 구도 속에서 그는 언제나 약자와 빈자의 편임을 각인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위로와 치유는 이런 메시지와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교황의 행보와 그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이 시대 우리에게 종교의 존재가치는 여전히 유효한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먼저 우리 세속사회가 아직 종교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제도종교들이 보여준 각종 행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절망을 넘어 그 존재가치 자체에 대한 회의에 가까웠다. 세속과 다를 바 없는, 오히려 종교가 지닌 특권을 악용해 더 불의하고 이기적인 모습만을 보여준 종교엔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교황의 방한은 이 시대에 여전히 다른 어떤 사회제도도 담당할 수 없는 종교만의 역할이 있으며, 대중들은 종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확인해주었다.
그렇다면 세속사회가 종교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이번 방한에서 드러난 그 기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와 질서의 문제점을 지적, 비판하고,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와 질서의 삶을 꿈꾸게 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무한경쟁과 생존논리를 합리화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도전과 비판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가운데, 종교는 사랑, 정의, 평등, 관용 등 비물질적인 가치들의 중요성을 되살려내고 설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회제도로 남았다. 저널리즘이나 교육기관, 사법제도는 이미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지 오래다. 이번 교황의 방한은 이 시대 종교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신자유주의의 보수적 가치가 지배적 가치로 고착화되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존재가치는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가치를 되살려내고 공급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여러 종교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귀담아들어야 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주는 메시지이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editorial/newsview?newsid=20140825194010566
- 편집하는 말,
TV에서 문득 교황의 발길이 멈춘 '유민 아빠'와의 장면... 눈에 그대로 꽂힌다,
이 잔인한 시대, 잔인한 나라에서 유일한 위안이 된 그의 행적에 대한 여운이 이토록 오래 남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드디어, 비로소,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넉달 보름이 다 돼가는 팔월말... 어서 바삐 해결되기를 바랄 뿐,
그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기본적 도리임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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