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본받아야 할 리더의 전형, 프란치스코 교황
- 오늘의 편지,
[시론] 교황이 남긴 과제 '실천'
그가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갔다.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교황 방한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고, 또 무엇을 남겼는가. 언론의 극찬이 아니더라도 분명 그는 가난한 이와 약자를 위한 성자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의 그 어느 지도자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 대통령도 외면한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으며, 추기경을 비롯한 그 많은 종교 지도자들도 하지 못했던 희망과 설렘을 보여주었다.
그의 방한으로 가난한 이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목소리를 빼앗겼던 사람들이 잠깐이나마 우리의 주목을 받았다. 교황이 떠나가면서 그들이 또 그렇게 잊혀질 수는 없지 않은가.
교황은 왜 한국을 찾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메시지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를 원했지만, 교황은 명확히 실천하는 사랑을 보여주었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깨어 있으라고 말했다. 교황 방한의 직접적 목적은 순교자들의 시복과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였다. 그럼에도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순교자들이 찾았던 새로운 세계, 그들이 목숨 바쳐 이루고자 했던 평화와 정의가 흐르는 세상이 옳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이들에게 자본주의의 새로운 독재가 가난과 약자의 죽음을 일상화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우리를 야만으로 몰아가는 이 시간에 그러한 모순과 야만을 넘어서는 평화와 정의,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고 권유하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근대 세계의 폐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던 아시아에, 제국주의의 피해를 남김없이 겪었던 분쟁의 땅 한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연대의 세계화를 역설한 것이다. 그래서 교황은 200여년 전 순교자들처럼 우리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낡은 세계를 벗고, 가야 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잠자지 말고 깨어나 행동하라고 말했다.
이런 메시지와 별개로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감동받았던 수많은 이들의 느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교황에게서 받은 감동은 어쩌면 우리가 잊어버렸던 것, 그토록 찾았지만 보지 못했던 그 어떤 모습이며, 또 그렇게 되고 싶었고 닮고 싶었던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경제와 성공신화에 찌들어 외면했던 가난과 가난한 사람들,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정권을 흔든다는 정략적 선전에 휘둘려,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현혹되어 부정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자식 잃은 이들의 아픔을, 수십년 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빨갱이들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적대시했던 북한 사람들과의 평화와 화해를, 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의와 연대를, 그렇게 놓아버렸던 수많은 올바름을 우리는 교황의 일정을 통해 대리만족한 것이 아닐까. 그 오랜 시간 우리를 짓눌러 왔던 성공신화, "잘살아보세"라는 주술에서 벗어나고 자본의 억압에서 해방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이제 그가 떠나가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일상은 어떤 것인가? 또다시 그 냉혹한 현실에 짓눌려, 아파하는 사람을 외면하고, 지켜야 할 가치를 내팽개치고, 가야 할 길을 못 본 체하는 그 일상, 남을 이겨야만 내가 잘살게 된다는 그 지겨운 일상이 아닐까. 가난은 지겹다. 그런데 교황은 가난한 교회가 되어라고 말한다. 상종 못할 다른 집단 사람들이 바로 우리의 형제자매이며, 그래서 그들을 용서하라고 재촉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고자 하는 우리에게 교황은 무려 6번이나 그 참사에 주목하게 했다. 그보다 더 명확한 메시지가 어디에 있는가.
그래서 교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바꾸라는 말을 한다. 그것도 남김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지금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가 바로 가난한 사람을 만드는 새로운 독재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자본의 논리와 경제적 욕망, 정치적 승리와 권력을 독점하여 사람들의 목소리를 뺏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교황의 행동과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이 새로운 독재에 침묵하지 않고 깨어나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의 말처럼 "개혁은 천천히, 굉장히 더딜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갈 것이다."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간결하다.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위해 새로운 기회를 샘솟게 하고, 차이를 넘어 평화와 화해를 이룩하라. 결코 그가 떠나간 하늘을 쳐다보면서 그에게서 받은 감동으로 대리만족한 뒤 그 과거로 돌아가거나 그를 소비하는 행태를 반복할 수는 없다.
그의 말처럼 "군말 없이 이를 실천"하는 일이 이 땅에 남은 우리의 과제이다. 교황의 마지막 메시지, 평화와 화해가 가능한 세상과 차이를 넘어 형제자매를 용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너와 나의 실천을 통해서야 이루어진다. 이런 세상은 이렇게 할 때만이 가능하며,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 신승환 | 가톨릭대 교수·철학 >
* 미디어다음, http://media.daum.net/issue/615/newsview?newsId=20140818204807584&issueId=615
- 편집하는 말,
교황의 짧은 방한일정이 이른바 '신드롬'이 될만큼 그동안 이 나라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를 새삼 곱씹는다. 참으로 슬픈 얘기다. 이 땅 민중의 삶과 눈물은 짓밟힐대로 짓밟힌 채 권력과 자본, 또 모든 기득권의 세력들은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반면에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투사를 가족으로 둔 그 누구가 제대로 호강 한번 누려보며 살까를 생각하니 진정 오욕과 찬탈, 자기기만의 역사 뿐이로구나... 교황이 남긴 숙제, <실천>을 이야기한다. 경향신문이 시의에 맞게 제일 먼저 또이에 대한 시론을 펼친다. 결코 흘려 들을 수 없는 얘기... 내 삶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 "가장 낮은 데로 임하소서"... 교황이 리더로서 보여준 가장 큰 미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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