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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편의 詩...

단테, 2014. 4. 17. 11:42

 

-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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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을 아껴두도록 하자,

속속 전해져 오는 비보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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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 2011년을 기억함            

 

 

/ 김선우

 

                               

      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가녀린 떨림들이 서로의 요람이 되었다

       구해야 할 것은 모두 안에 있었다

       뜨거운 심장을 구근으로 묻은 철골 크레인

        세상 모든 종교의 구도행은 아마도

        맨 끝 회랑에 이르러 우리가 서로의 신이 되는 길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사랑합니다 그 길밖에

        마른 옥수숫대 끝에 날개를 펴고 앉은 가벼운 한 주검을

        그대의 손길이 쓰다듬고 간 후에 알았다

        세상 모든 돈을 끌어모으면

        여기 이 잠자리 한마리 만들어낼 수 있나요?

        옥수수밭을 지나온 바람이 크레인 위에서 함께 속삭였다

        돈으로 여기 이 방울토마토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나요?

         오래 흔들린 풀들의 향기가 지평선을 끌어당기며 그윽해졌다

   

           햇빛의 목소리를 엮어 짠 그물을 하늘로 펼쳐 던지는 그대여

           밤이 더러워지는 것을 바라본 지 너무 오래되었으나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번져온 수많은 눈물방울이

           그대와 함께 크레인 끝에 앉아서 말라갔다

           내 목소리는 그대의 손금 끝에 멈추었다

           햇살의 천둥번개가 치는 그 오후의 음악을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다만 마음을 다해 당신이 되고자 합니다

            받아줄 바닥이 없는 참혹으로부터 튕겨져 떠오르며

            별들의 집이 여전히 거기에 있고

 

            온몸에 얼음이 박힌 채 살아온 한 여자의 일생에 대해

            빈 그릇에 담기는 어혈의 투명한 슬픔에 대해

            세상을 유지하는 노동하는 몸과 탐욕한 자본의 폭력에 대해

            마음의 오목하게 들어간 망명지에 대해 골몰하는 시간이다

           사랑을 잃지 않겠습니다 그 길밖에

           인생이란 것의 품위를 지켜갈 다른 방도가 없음을 압니다

           가냘프지만 함께 우는 손들

           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일을 위해 눈물 흘리는

           그 손들이 서로의 체온을 엮어 짠 그물을 검은 하늘로 던져올릴 때

           하나씩의 그물코,

           기약 없는 사랑에 의지해 띄워졌던 종이배들이

           지상이라는 포구로 돌아온다 생생히 울리는 뱃고동

           그 순간에 나는 고대의 악기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태어난 모든 것은 실은 죽어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말한다

           살아가고 있다!

           이 눈부신 착란의 찬란,

           이토록 혁명적인 낙관에 대하여

           사랑합니다 그 길밖에

 

          온갖 정교한 논리를 가졌으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옛 파르티잔들의 도시가 무겁게 가라앉아가는 동안

          수만개의 그물코를 가진 하나의 그물이 경쾌하게 띄워올려졌다

          공중천막처럼 펼쳐진 하나의 그물이

          무한 하늘 한녘에서 하나의 그물코가 되는 그 순간

          별들이 움직였다

 

          창문이 조금 더 열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이 뾰족한 흰 싹을 공기 중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의 가녀린 입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처음과 같이

          지금 마주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

         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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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저자
김선우 지음
출판사
창비 | 2012-03-0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가슴을 파고드는 생명의 온기, 사랑의 숨결생동하는 시어와 발랄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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