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2013년을 기억함

단테, 2013. 12. 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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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싱글로 기억하게 될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를 끝으로 올해 마지막 블로그를 쓴다.

연초부터 시작된 갖가지 일들은 결국 잔인하기만 했던 사월과 오월을 거쳐 유월의 여수 밤바다에 닿게 하고,

어쩌면 이때부터가 비로소 올해의 본론이 되었는가도 싶은데...

 

세파에 찌든 일상은 여전히 비루하고 꿈은 늘 보잘 것 없는 신기루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일이 곧 인생임도 깨닫고...

 

불과 두어시간 남짓, 이제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아쉬움도 많을 법하지만 역시 괴로움도 많았구나,

이제는 안녕... 곧 이어질 내년이 새로운 희망이기를, 희망이 현실이 되는 한해이기를...

 

여전히 갈 곳은 험하고 길은 멀고도 멀기만 한데, 이 고된 여정을 긴 호흡 다부진 걸음으로 걷지 않으면 안된다.

그게 또한 내 운명이요 의지이자 삶의 방식이기도 할 테므로, 늘 그랬듯이... 희망은 언제나 만드는 법이니까,

세상에 공짜로 주어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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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올해 마지막 글은 노래도 한곡, 여수 밤바다의 사진도 한장을 곁들였으므로 마지막 시 한편, 올려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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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2011년을 기억함
       

김 선 우

                         

                  
그 풍경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신을 만들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를 의지했다
가녀린 떨림들이 서로의 요람이 되었다
구해야 할 것은 모두 안에 있었다
뜨거운 심장을 구근으로 묻은 철골 크레인
세상 모든 종교의 구도행은 아마도
맨 끝 회랑에 이르러 우리가 서로의 신이 되는 길

흔들리는 계절들의 성장을 나는 이렇게 읽었다
사랑합니다 그 길밖에
마른 옥수숫대 끝에 날개를 펴고 앉은 가벼운 한 주검을
그대의 손길이 쓰다듬고 간 후에 알았다
세상 모든 돈을 끌어모으면
여기 이 잠자리 한 마리 만들어낼 수 있나요?
옥수수밭을 지나온 바람이 크레인 위에서 함께 속삭였다
돈으로 여기 이 방울토마토꽃 한 송이 피울 수 있나요?
오래 흔들린 풀들의 향기가 지평선을 끌어당기며 그윽해졌다
햇빛의 목소리를 엮어 짠 그물을 하늘로 펼쳐 던지는 그대여
밤이 더러워지는 것을 바라본지 너무나 오래되었으나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번져온 수많은 눈물방울이
그대와 함께 크레인 끝에 앉아서 말라갔다
내 목소리는 그대의 손금 끝에 멈추었다
햇살의 천둥번개가 치는 그 오후의 음악을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다만 마음을 다해 당신이 되고자 합니다
받아줄 바닥이 없는 참혹으로부터 튕겨져 떠오르며
별들의 집이 여전히 거기에 있고

온몸에 얼음이 박힌 채 살아온 한 여자의 일생에 대해
빈 그릇에 담기는 어혈의 투명한  슬픔에 대해
세상을 유지하는 노동하는 몸과 탐욕한 자본의 폭력에 대해
마음의 오목하게 들어간 망명지에 대해 골몰하는 시간이다
사랑을 잃지 않겠습니다 그 길밖에
인생이란 것의 품위를 지켜갈 다른 방도가 없음을 압니다
가냘프지만 함께 우는 손들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일을 위해 눈물 흘리는
그 손들이 서로의 체온을 엮어 짠 그물을 검은 하늘로 던져 올릴 때
하나씩의 그물코,
기약없는 사랑에 의지해 띄워졌던 종이배들이
지상이라는 포구로 돌아온다 생생히 울리는 뱃고동
그 순간에 나는 고대의 악기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태어난 모든 것은 실은 죽어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말한다
살아가고 있다!
이 눈부신 착란의 찬란,
이 혁명적인 낙관에 대하여
사랑합니다 그 길밖에
온갖 정교한 논리를 가졌으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옛 파르티잔들의 도시가 무겁게 가라앉는 동안
수만개의 그물코를 가진 하나의 그물이 경쾌하게 띄워올려졌다
공중천막처럼 펼쳐진 하나의 그물코가 되는 그 순간
별들이 움직였다
창문이 조금 더 열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이 뾰족한 흰 싹을 공기 중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의 가녀린 입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들었다 처음과 같이
지금 마주본 우리가 서로의 신입니다
나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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