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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집에서 노트북을 켠다.
아침 봄빗소리가 좋아 문득 커피 한잔 생각이 나 마셨고, 혼자 우두커니 앉은 거실 창문 밖은 흐린 아침 날씨다. 먼발치로 보이는 북한산은 정발산까지 차오른 희뿌연 안개 속에 아예 모습을 감추었다.
어젯밤에는 대전 부모님한테서 연락이 와 인터넷으로 곧 중소기업청과 특허청과 산업은행에 대해 조사를 좀 해야 하겠고, 혹시나 이를 통해 무언가 보탬이 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어쨌든간에,
모처럼 오는 봄비가 드디어 봄을 알린다. 물론 오늘 저녁엔 지방 곳곳마다 눈이 내린다는 전갈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소식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태블릿을 사느냐 마느냐 이래저래 말도 탈도 많았는데, 여전히 글쓰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작업들은 노트북에서 훨씬 편하고 또 쓸만하구나... 모바일 환경이 아직까진 대체재로서의 역할인 것이지, 결코 통째로 세대를 뒤엎을만큼 대단한 것은 못된다는 게 또한 내 학설. (특히 긴 글을 쓰기에는 역시 노트북보다 더 좋은 수단을 아직껏 발견하지 못했기도 하다.)
오전시간에는 책을 좀 읽기로 하면 좋겠는데, 지난번에 읽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대전에 두고 올라오기도 했고 또 다 읽었으니 이제는 다른 책을 또 뒤적여보도록 하자꾸나... 요즘 들어서는 유독 다시 문학에 대한 관심이 샘솟는데, 계절 탓인지도 모르겠고? 철학은 늘 뒷전에서 맴돌기만 할 뿐인데 마르크스 이후로 그만한 임팩트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사실 문제다. 비트겐슈타인의 책들은 여전히 책장 속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미셸 푸코의 구조주의 또한 당대의 것으로 보기에는 다소 낡은 감조차 없질 않다. 고전도 좋지만 늘 최첨단과 유행이 범람하는 시대에 세월을 등지고 내내 뒤처져서만 쫓아가는 형국은 항상 조바심을 일으키게 마련이니까. 참, 이진경의 신간 소식도 들었던 것 같고.
자본주의의 대안, 요즘 한참 뜨고 있는 경제학 관련도서들은 아직 문맥을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거꾸로 이는 경영학의 일부인 내 직업 또한 그 스스로의 창작에 대한 책임도 있겠지,
창작... 이 얘기는 또 다른 문제일 텐데, 내내 시 한편을 못쓴 채 벌써 몇년째의 세월이 흐른다. 아마 전번의 습작이 전부였을까? 싶은데... 스스로 '자전적'임을 외치면서라도 소설부터가 먼저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최근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짧은 평론도 좋을 것 같지만 무엇보다 쟝르를 초월한, 예를 들면 오늘 아침에 우연히 읽은 몇편의 블로그처럼 음악도 좋겠고 여행도 좋겠고 단지 그 주제에 대한 내 천착의 정도가 곧 글의 평가기준이 될 터. 글의 부족함은 늘 내 나날의 부족함을 뜻한다...
블로그, 매일같이 사소한 일상의 자잘한 몇마디 메모들로 채워지는 이 공간을 좀 더 깊이있게 다루려면 좀 더 길게 호흡할 필요도 있겠지. 아니면 어떤 '프로젝트'처럼 해볼만한 것들도 찾아야 할 테며,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지난 시행착오들처럼) 적절한 안배도 필요하겠고. 가끔 일기를 대체한 듯한 인상의 글들도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쟝르'를 요하는 것일 수도,
여행, 날씨가 궂은 바람에 이번 주말은 포기할 계획인데 나중의 계획 역시 미리 짜두는 것 또한 괜찮을 성싶고... 여태껏 못가본 근처들과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장소들도 모두 섭렵과 취재의 대상. 당장 다음번 주말에는 또 어디를 향할 계획인지? 등등... 해서,
봄비와 커피, 짧은 글 한편을 위해 노트북을 켰다가 벌써 또 한시간 가량이 훌쩍 지났구나, 나머지 시간들은 이제 또 취재와 학습과 음미의 시간들로 채우도록 하고 못다 한 일기라면 저녁을 약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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