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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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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시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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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와 이상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사기도 사기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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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시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시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생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생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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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문제는 망루에서 시작돼 부도로 끝났다는 소식도 벌써 며칠전인데, 죽은 자들은 아무 말이 없고 흉측한 대기업들만 남은 찌꺼기라도 서로들 먹겠다 아우성인 지금. 전문가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부동산 버블의 말로는 제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온 국민이 투기꾼을 자처한 지난 세월에 대한 역사의 복수. 맞을 도리밖에... 이태원이 들어서고 국립중앙박물관도 세워졌고 여전히 남산은 꼿꼿한데, 강가마다 즐비한 아파트들만 내내 불행한 돈뭉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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