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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젖은 자는 : 순례 1 /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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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번 멈추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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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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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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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들은 강을 거슬러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사랑․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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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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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회사 앞 서점에서 유시민의 책을 샀다. 내 인생의 책들 중 별다섯을 받은 그의 경제 입문서도 있겠고, 정치인이 아닌 저술가로서의 그가 읽어두어도 좋을만하다는 생각,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촌평들... 그리 큰 기대를 품지 않게도 만드는데, 일단 평가는 완독을 한 후에 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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