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향수 / 정지용
.
.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
.
<1927년>
.
.
.
어렵사리 꺼내 적는 메모가 영 불편한 게 아니구나, 열차가 서울에서부터 일산에 거의 다 이르도록 이 포스트 한장을 갖고 시름하는 형국. 시간적으로나 다른 무엇으로나 전혀 경제적이지 못한 방법. / 주초의 빠듯한 일과들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하는 때, 정녕 내 관심사는 전혀 '미래'에 대한 준비조차도 없는 채 단기성 업무처리에만 매몰되는 작금에 대한 심한 우려와 새로운 대안의 치열한 모색 뿐,
.
.
.
'단테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중가요 한곡, (0) | 2013.03.20 |
---|---|
단군 이래 거품, 용산 (0) | 2013.03.19 |
평화시장, 는개... 봄 (0) | 2013.03.18 |
출판도시, 까페, 유시민 (0) | 2013.03.16 |
기억의 상대화, 현재와 존중 (0) | 2013.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