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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歌 / 최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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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증오스런 달빛이 확신의 지방으로 흐르는 밤에
우리들은 무슨 까닭으로 깨어 있었던가
우리들은 그를 사랑했던가
아니다, 이제는 버릴 수 없는
쓸쓸하디 쓸쓸한 밤이여
외로움이 그를 가게 한 뒤로 밀려드는 이 눈물의 안개
그리고 堤坊을 따라 흐르는 물결소리
소리는 더욱 크고 높게 창밖에서 울부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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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울고 있는 등어리를 물들이면서 희미한
안개같이 어둠이 내리고
축축한 물기를 닦으고 닦으면
멀리서 들려오는 여인의 옷벗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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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은 溺死者들이 돌아오는 길처럼 허무하게 도달한 육체에
서는 미끌어지는 듯한 울음이 흘러내린다. 한줌의 희망도 없이
흘러내린다. 내리면서 바람이
이파리를 흔드는 소리를 듣는 우리의 귀를
우리의 소리에로 집중하게 하고
自愛로 쌓인 堤坊을 넘어
이승의 전모를 우리들에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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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칼아래 잠든 밤이여
사랑의 아름다움을 알고 바라던 밤이여.
쿵쿵거리며 흘러가는 밤들은 추운 內室의 장지를 열고
푸른 발이 걸려 있는 바다로 간다
干潮의 바다가 써내려가고 있다. 달의 흔들림을 따라가면서
그 깊은 사랑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움에 의한 허무를 충실하게 하는 비열함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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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려워라, 달빛이 지날 때마다 사방은 풀잎처럼 설레
고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므로, 진정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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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많은 시간들이 우리 앞에 기다려 있을 테니까, 그때를
위하여 슬픔을 버리고 헛된 눈물을 버리고
흐느끼는 듯한 진실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무겁고 침침하게 흐르는, 우리들은
천천히 물들어가고 허무한 밤들이 흐르는
바다를 바다로 데리고 가야겠다.
조용하게 할 질문의 물결소리를 들으면서
섬에서 울리는 것을 듣는 종들이 생생한 소리처럼
나는 종을 치리라
먼 현실로 돌아가 내가 나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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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자정이 임박한 시간, 며칠만에 다시 꺼내는 시편 하나는 최하림 시인이다. 2010년에 작고한 그의 시집들 몇권들이 아직도 내 책장 한가운데 꽂혀 있는데, 한때는 그의 시집을 놓고 실제비평이란 것도 써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아마 겨울이었을 게다, 추운 겨울밤에 꺼내 읽는 그의 시가 쏟는 눈물들이 가끔 비통한 심경을 대변할 적도 있었지... 그렇게 글 몇줄로 위로를 받으면서 남은 날들에 대한 희망을 켜켜이 쌓아올리는 시간들도 인생에서는 더러 필요할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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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다. 고속도로마다 귀경길 정체로 온통 몸살을 앓고, 뉴스에서는 연일 울울하기만 한 정치권과 팍팍한 삶의 고통스런 경제와 점점 더 물질적이고 표피적이기만 한 문화계 소식들 뿐인데... 문득 기억이 난 그의 시집처럼 여리디 여린 감수성을 고이 보살피며 지내기에도 벅찬 시간들, 그 시간들을 틈틈이 쪼개 쓰고 읽는 시 몇줄 역시 내게는 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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