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메모

51.8%의 詩, 넷

단테, 2013. 2. 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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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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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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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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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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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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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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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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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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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에서 글쓰기가 쉽게 하지 못하는 일들 중 하나는 이렇게 행갈이를 하면서 글쓰는 방식일 텐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모색해봤지만 쉬이 답을 얻긴 어렵기도 하구나, 여하튼... ('생략'의 지나치게 잦은 사용 또한 표현의 제약 중 하나) ;

오늘 꺼내보는 시는 그 이름도 거룩한 박노해다... 출옥 후의 첫 시집?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를 맨처음 본 건 책이 아닌 TV를 통해서였지, 그리고 창비에 실린 그의 신작들을 접하던 때도 기억이 난다. 어땠을까?... 죽음을 넘어선 그의 감옥생활이 가져다준 변화는... 당대 최고의 혁명가 중 한명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희망'을 통해 그가 꺼내든 말들은 그 수줍은 들꽃 같은 하늘거림에도 그래서 결코 가볍지가 않다. 티벳이라고 했지, 사진을 꺼내든 그의 여정 또한 남다른 무언가가 있겠지... (공교롭게도 황지우가 수해 전에 절충을 시도했던 쟝르 역시도 사진이자 미술이다. 시란 쟝르가 회화적 이미지 내지는 형상화라는 측면과도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부분은 있겠는데, 이는 참으로 우연이라고만 설명하기 힘든 어떤 콘텍스트가 존재하는 것만 같다.) 찬찬히 다시 읽는 그의 시편... 처연한 행복일까, 곱게 핀 결연한 의지인가? 아니면 '희망'이란 여행을 떠나는 구도자의 경건함이 내비친 속살일까...... 여러모로 연신 눈길을 붙잡는 그의 행보는, 또 하나의 이정표이자 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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