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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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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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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 한편을 올려놓아본다. 전번에 "48%의 詩"를 올려놓던 게 벌써 작년의 일이었는데... 그동안 또 다른 일상들로 인하여 제대로 이를 진행하지 못한 작업인데, 가끔씩이라도 마음을 놓아둘 공간 정도는 마련해야지 하는 생각에... 몇자 더, ; 1998년? 그해 가을 또는 겨울이었지 싶다, 창비 게시판에서 또 문지 게시판에서 때때금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지... 어떤 한분이 지나치다 내게 선물로 건네주던 시가 바로 이 작품이구나, 그 고마운 기억. (공교롭게도 얼마 후 이 작품을 다시 어느 중학교 문집 속에서 표제시로 또 마주치게 되던 기억까지도) 그 처연하기만 했던, 어쩌면 기억도 낡아 이제는 이름이 바뀐 추억들도 어느덧 15년이나 흘렀다... 그동안 나는 무얼 더 했나? 또 무얼 더 하기 위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중일까, 그런 시도 때도 없는 생각들을 해보게 되는 밤에 또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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