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노트/문학노트

산책시편

단테, 2010. 9. 25. 22:36
    

Riff & Cafe :


* Yiruma - When The Love Falls

... 오늘 호수공원에서 듣던 노래,

 

* Yiruma - Kiss The Rain

* Yiruma - River Flows In You

* Yiruma - Maybe

* Yiruma - Over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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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序

 

 

부사나 산책에 기대려는 자의 내면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그것은 희망과는 무관한 자멸을 닮아 있다. 저 무력하기만 한 부사성으로부터 기어이 어떤 에너지를 추출하고자 하는 바람은 절망 이후의 더 큰 절망일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앙하려고 한다. 그 믿음은 이 세계와 삶, 나와 또 다른 나와의 배면, 그 은밀한 작용들을 관찰해야만 한다는 '자구책'에서 비롯한다. 현실적으로는 부도덕으로 단죄되는 게으름과 어슬렁거림, 해찰을 통해 이 추악한 세기말, 혹은 세기초의 '급소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감히 말하거니와 인간은 진화하지 않는다. 인류가 다만, 끊임없이 헛것을 좇아 휩쓸려 다닐 뿐이다. 비탈에 선 나무들은 급경사를 무시한다. 급경사를 버리고, 지평선에서처럼 수직한다. 인간이 인류와 구별되듯이, 비탈에 선 나무들이 비탈을 거부하듯이, 부사와 산책으로, 나는 나와 이 세계를 견뎌 내려 한다. 우선 도처에서 펄럭이고 있는 저, 이 헛것들과 친밀해지자.

6년 만에 묶는, 두 번째 시집이다. 산책시와 부사성 연작, 그리고 환경에 관한 세 범주로 크게 나누었다. 맨 뒤로 미룬 시들, 그러니까 <형부는 수력발전소처럼 건강하다> 이후의 시들은 1982년부터 1988년 사이에 씌어진 것들이다.

부끄러움이나 그리움을 힘으로 치환하지 못할 때, 가능성만을 잔뜩 껴안고 있을 때처럼 가난한 시절은 없다. 기억에 덕지덕지한 회한과 언제나 그 앞에서 속수무책이기만 한 그리움, 그리고 또 늘 보류되는 이 가능성들을 어찌할 것인가. 이 궁핍, 크고,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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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사라지다
-散策詩4

                       이 문 재


날씨가 사라졌어요
날씨는 이제 없습니다

날씨는 기상청 예보에만 있지요
전날 밤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날씨는 잠깐 보였다가 지나갑니다
방송이 체감온도 영하 15도라고 일러주면
사람들은 그 순간에 추위를
다 겪어버리는 것이지요
이튿날 아침에는 그 다음날의
날씨를, 아니 예보를 기다리게 됩니다
날씨는 언제나 당일과는 무관합니다

제가 조만간 편지를 띄우겠습니다
한번 날씨와 만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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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생각

                     이문재


모슬포 바다를 보려다가, 누가, 저 서편 바다를 수은으로 가득 채워 눈 못 뜨게 하나, 하다가, 훅, 허리가 꺾여진 적이 있다
수평선이 째앵하고 그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비늘처럼 미끈거리던 바람이 위이이이잉 몸을 바꾸는 것이었다. 바람은 성큼 몸을 세우더니, 그 무수한 손을 뒤로 제끼며 생철 쪼가리들을 날려대는 것이었다, 은박의 바람이 바다 위에서 거대한 먼지를 일으키는 거였다
황홀하고 또 무서워, 머리를 가랑이에 박았다가 눈을 떴는데, 아 섬은 거꾸로 서 있었다, 그 때, 그 옛일들이 생철 쪼가리에 범벅이 된 채 나 뒹굴고 있었다. 살점과 핏방울들이 순식간에 바람의 속도로 올라 앉는 것이 보였다. 삭막이 거대했다. 아 퍽퍽 쓰러진 것들의 바람에 풀썩거리는 모양이 황막하고 광막했다, 나는 가자미처럼 납작하게 땅에 엎드려 두 눈을 감았다, 눈물이 피융피융 튀어나가고 있었다
다시는 그리움이 내일이나 어제 쪽으로도 옮겨가지 않으리라, 그래, 그리움의 더께가 녹슬어 을씨년으로 변하겠구나, 생각의 서까래도 남아나지 않았겠구나, 그래, 이 폐가의 흔적이나 한 채 껴안고 살면 되는 거지, 생철, 아니 날치의 바람아, 이제 그만 후두둑 멈추어라, 하고, 고개를 한 뼘 드는데, 저 납의 바다가 느물, 아니 기우뚱거리는구나, 하는데, 쌔애애애앵, 퍽, 오른쪽 눈에 생철 조각 하나가 박혔다
누군가 떠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남는다
그해 삼월 모슬포 바다에 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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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이문재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를 빨아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려
돌을 갖다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風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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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밖 식구들 다 잠들고

                          이문재


나는 지붕으로 간다
참 많은 식구들 언덕으로 올라오는 동안
나는 몰래 내다 넌 속옷을 걷고 지붕 아래
나의 방으로 올라간다
그들이 저녁식탁에서 잠깐 나의 안부를
물을 뿐 지붕 바로 아래 나의 방은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다
창문에 걸어두었던 이불을 나무침대에 깔고

나는 깨끗한 속옷을 입고 밤이 오기를 엎드려
기다린다 자전거가 달려가며 땅의 낮은 데서
뽀얀 먼지를 일으킨다 멀리서 텅 빈 학교 운동장에도
어둠이 들어서고 강의 얼굴은 아직 황금빛이다
발전소 불빛이 제일 먼저 들어오고 나는 안심하고
문을 연다 지붕으로 나 있는
하늘을 열고 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우선
말을 해본다
그리고 어제 강물의 이마에 내리꽂았던 빨간 깃발을
따라 멀리로 내려간다 아무에게도 나의 병을
전하지 않으려고 나는 강의 가운데로 내려간다
발전소 불빛도 나를 따라오다 지치고 손을 들면
산의 허리가 닿는다 여기서 나는 환자 불치의
병의 주인이 아니어도 된다 나는 물을 사랑해
나의 방에서 사랑하는 물은 안타까워
별이 손을 내려 자정임을 알려준다 나는
물과의 입맞춤을 마친다

식구들 잠의 맨 아래 잠들어 있고
나는 지붕으로 뛰어오른다 왜 식구들은 나를 내다 버리거나
아침 우유 속에 독약을 넣어주지 않을까
한낮에는 살고 싶지 않아 창문을 담요로 닫고
강물 흐르는 소리와 죽은 피가 몸의 구석에서
정신의 구석까지 몰려다니는 소리를 섞으며
나는 저녁이 오기를 기다려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전혀 필요치 않으니
밤에 나는 떠 있어 왜냐하면
말할 수 있는 힘으로 나는 날아다닐 수 있거든
약을 먹을 시간이야 피가 맑아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자는 식구들을 깨워 손뼉치며 노래하고
내 나이가 몇인지 알아보고 키도 재보고
풍금을 배우고 싶어
문틈으로 나는 많은 것을 보아왔거든
참 많은 식구들이 식구들끼리 울고불고 아
잠 못 들고

나는 지붕으로 난 문을 열고
어두운 시간의 문을 열고 날아간다
나는 환자 기억이 오늘이 되기도 하고
오늘이 내일로 엇갈리는 피가 우울한 병의 주인
발전소가 환하게 강을 지키기 시작하는 저녁
나는 언덕을 내려가 말을 배우고 돌아와
내 병의 말로 바꾸어버린다
오늘도 몇 개의 말을 배우고
내 우울한 피로 노래부르고 싶어하지만
참 많은 식구들은 너무 일찍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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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의 시편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는다.

 

하루종일, 일산을 거닐며 여유를 만끽한 주말은 이제 저물고

어느덧 일요일도 이제 다시 코앞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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