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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모질기만 한 단어, 앞에서

단테, 2010. 3. 7. 03:17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着語 : 기다림이 없는 사랑이 있으랴. 희망이 있는 한, 희망을 있게 한 절망이 있는 한. 내 가파른 삶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게 한다. 민주, 자유, 평화, 숨결 더운 사랑. 이 늙은 낱말들 앞에 기다리기만 하는 삶은 초조하다. 기다림은 삶을 녹슬게 한다. 두부 장사의 핑경 소리가 요즘은 없어졌다. 타이탄 트럭에 채소를 싣고 온 사람이 핸드마이크로 아침부터 떠들어대는 소리를 나는 듣는다. 어디선가 병원에서 또 아이가 하나 태어난 모양이다. 젖소가 제 젖꼭지로 그 아이를 키우리라. 너도 이 녹 같은 기다림을 네 삶에 물들게 하리라.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  

 

 

 


 

 

 

아마도 연애시로 기억될 법한 이 작품이 내겐 평생에서도 몇 안될 주요한 작품 중 하나라는 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맨 아래에 씌인 "着語"를 더 좋아했고 또 지금도 아마 그러한 것 같구나...

 

 

 

- '사랑'이라는 모질기만 한 단어... 그가 매일같이 써내던 그 일기책을, 휴일 오후 머리맡에서

   내내 읽던 게 불현듯 기억나는, ... 그 글보다도, 그 치열한 모색보다도, 더 눈에 띄던, 날짜,

   그만큼 시간이란 숙명은 언제고 일상을 지해하는가 보다...

 

-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이 잦아지는데 아무래도 어렵사리 '여유'를 꺼내야 할 까닭도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