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피해자는 당연코 군소정당들이었다. 양당구도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두 대세론에 파묻혀버렸으며 10%도 안되는 득표율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던 굴욕적 경험이었다.
특히 군소 보수집단들이야 뭐 따로 할말은 없겠어도, 이른바 '노풍'의 주역을 자임하고 나선 국민참여당과 촛불시국을
가장 건강하게 지켜낸 장본인으로 평가받을만한 진보신당은 가히 몰락 수준의 참패로 기록될만한 이번 선거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마한 유시민 후보와 한자리수 득표율로 마감한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다.)
무릇 양당구도가 이제는 거꾸로 극복해야만 할 또 다른 구세대의 산물이라고 상정할 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딱히
뾰족한 방안조차 마련되어 있지 못한 채 역사에 떠밀려만 가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소위 '민주진영' 내지는 '진보진영'
모두의 초라한 자화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선거구제와 거대여당의 압제시대에서 이는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고집스레 제 신념을 꿋꿋이 밀어부치는 게 진정한 '진보'의 힘이자 가치라고 굳게 믿는 용기 또한 때론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 수준으로는 여겨둘만하다. 허나 정작 현실에서는 하나도 제대로 도와줄만한 게 없구나...
그만큼 어쩌면 우리들은 너무도 흔치 못할 이 '선거에서의 승리'에 목마를 지경인 셈이며, 또 그만큼은 시나브로 이미
저 거대한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힘없게 좌초하며 표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투쟁? 21세기의 패러다임인가?)
"한 국가의 정치인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언제 들어도 딱 들어맞는 몇 안되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이 광기어린 반공의 역사로 지배된 한세기 동안 언제쯤에야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지조차 다소
막막한 게 사실 요즘의 내 솔직한 심경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서라면 거꾸로 진보진영 역시 황소의 우직함보다는
한걸음 뒤처질 줄 아는 지혜 (이를 타협이라고까지 비판한다 해도 변명할 생각은 없지만)를 통해 범야권 또 범진보
진영으로의 대동단결을 꾀함이 제도권 정치에서는 오히려 더 훌륭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심상정 후보가 흘렸던 눈물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좀 더 시간을 갖고 성찰해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 논의와 고민의 진전이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중대한 선택, 기로구나...
- 진보신당이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갈 수 있는 정치적 수준을 갖춘 나라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그 순수함들이
결코 헛된 걸음이 되지 않도록 오히려 다사로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응원해도 시원찮을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그 순수함을 놓고 "미숙함"만을 꾸짖으며 나무라기엔 거꾸로 나를 포함해 그 비판자들이 과연 <역사의 현장>에서
애태껏 해놓은 일은 무엇이 있었나를 오히려 되물어야 할 테며, 되레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온당할 일이기에......
진보신당 “이대론 안된다” 위기감 (한겨레, 오늘)
[한겨레] 야권연대엔 엇갈린 평가
11일 선거평가·진로 토론
지방선거뒤 깊은 내홍
말 그대로 '격랑'이다. 쟁론의 강도가 '참패'를 자인한 한나라당 못잖다. 25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당선시킨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악조건 속의 선전"이라 자평했던 진보신당의 최근 풍경이다. 당원과 당직자들에 이어 선거에 출마했던 당선·낙선자들이 입을 열었다. 부산 해운대구와 서울 마포구, 관악구에서 구의원에 도전했던 김광모·오진아·홍은광씨다.
이들은 각각 야5당 단일후보(김광모)와 야3당 단일후보(오진아), 진보신당 독자후보(홍은광)로 출마해 20% 넘게 득표했다. 공교롭게도 독자후보로 나선 홍씨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들이 털어놓는 소회는 절절했다. 쟁점이 됐던 '야권연대'에 관해선 견해가 갈렸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한결같았다.
당의 독자노선에 가장 비판적인 이는 김광모 당선자였다. 그는 9일 인터넷 매체 < 레디앙 > 기고 글에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마음은 한나라당 심판이었다"며 연대에 소극적이었던 중앙당의 '경직성'을 꼬집었다. 그가 전하는 선거판 현실은 진보신당 입장에선 참담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진보신당의 당 대표를 이회창으로 알고 있거나, 진보신당을 야 5당이 단일화해서 만들어진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자신 역시 야권연대 반대론자였지만 막상 선거판에 뛰어들어 보니 "심상정의 눈물이 이해가 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정체성이 훼손될까 두려워 스스로 움츠러든다면 진보신당은 결코 대안 수권세력이 될 수 없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서울 마포구에서 '비민주 야 3당'(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 단일후보로 나와 26%를 득표한 오진아 당선자 역시 야권연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 한겨레 > 와 전화통화에서 "선거운동기간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왜 따로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단일화했다'는 말에 반색하며 '잘했다'고 칭찬하는 걸 보면서 야권연대의 힘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역마다 각 당의 역량이나 유권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상황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진보정당 구의원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27.6%를 득표하고도 낙선한 홍은광씨는 < 한겨레 > 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운동세력의 한 분파에 머무르고 있는 당의 한계가 여실히 노출됐다"며 "당의 비전이 없다면 30% 득표도 소용없다"고 잘라말했다. 하지만 '조건 없는 반이명박 연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당의 대중적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이명박 전선'에 휩쓸릴 경우, 진보 정치세력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이유다.
1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젊은 활동가 그룹은 당의 정체성과 진로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 쇄신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11일에는 당내 모임인 진보정치포럼 주최로 지방선거를 평가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긴급토론회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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