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경쟁이라 하면, 자본주의 체제가 갖는 이데올로기 내지는 그것만이 추구하는 '미학'에 대해
사고하게끔 된다. 그만큼 이미 그 체제에 순응하고 있다는 얘기이며, 또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체제가
그토록 염원하여 온 '공동체'라는 가치가 결국 "팀웍의 와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친 채 좌초하고
말았다는 뼈아픈 인류의 시행착오 탓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경쟁>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려는 건 회사에서
작금부터 내가 맡아야 하고 또 감내해야 하는 특정한 과제에서의 주제이기도 하거니와, 또 한편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한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일과 후에 잠시 짬을 내 읽었던 책, <생각의 도구>에서도 그 연관관계의 고리들을 찾아내고 연상하는
훈련에 대한 효과를 설파하고 있구나. 비단 ThinkWise라는 IT tool만을 뜻하는 게 아닌, 예를 들면
파워포인트나 오프라인에서의 메모장 같은 데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예전에 글쓰기를 하던
시절의 문장으로 표현해보자면, 일종의 "주제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내는 훈련이라고도 할까?
아무튼,
경쟁이 갖는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바로 <효율>이 아닐까 한다. 늘 긴장 속에 놓여 있는 주체들에게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한 불굴의 의지 또는 노력이 갖는 성과는 결국 그 개별적 주체 뿐만이 아닌, 조직
내지 사회 전반에 대한 순작용으로서의 기능을 갖는다는 믿음일 게다.
삼성그룹이 그 경쟁을 활용하는 행태는 훨씬 더 극단적이다. 예를 들자면, 동일한 보고를 팀내에 최소
두세군데한테 지시를 하고 비슷한 류의 결과물들 중에서 가장 최선의 것만을 골라 채택하는 방식, 그
탈락자들한테 돌아가는 쓰디쓴 좌절감보다는 조직 자체만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가치관... 그게 바로
삼성의 힘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은 없겠다만, 분명히 '비인간적' 처사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소모적 경쟁'에서는 그 악폐가 더 두드러진다. 가장 큰 예를 들자면, 바로 핵무기 경쟁과도 같은 것
또는 짐짓 호기를 부려 주사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술내기 경쟁 따위 등인데 이는 꼭 뒤늦게야 후회
같은 일들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그 현명치 못함이 안타까운 노릇일 따름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경쟁'보다 '긴장'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비록 경쟁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늘 스스로를 채찍질해낼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며, 또 그 자의적/상대적인 가치기준 덕분에 치킨게임
과도 같은 살벌한 정글의 법칙 아래 놓여지는 서글픈 운명이 되지 않는다는 안도감도 가져볼 수 있으므로,
그렇지만 여전하게도, 인류 아니 그 중의 일부는 늘 자신의 무능 내지 게으름을 남 탓만으로 돌리거나 또
스스로 그 무능과 게으름의 탐욕스런 쾌락에 취해 바로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스러운 노동 내지
헌신의 가치 따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몰개념하거나 때때로 또 다른 좌절을 느끼게 할만큼 부당한
방법으로의 자기 입지만을 연연해 하는 무리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인간은 그만큼 도덕적이
아니다. 반대로 그만큼 야만적이며 충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부분을 다스리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교육,
내지는 훈련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교육은 늘 중요하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개봉한 지 거의 일년여만에
비디오로 보던 기억이 난다. 그때 가장 놀랍게 지켜본 건, 그 사회주의 국가 소련에서도 대학시험이란
제도가 엄연히 존재했다는 거다. 모든 게 '필요'에 의해 좌우되는 건 아니다. '능력'은 분명히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한축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무능과 게으름은 질타와 훈계의 대상이지 권장하거나 또
추구할만한 가치는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에 대한 질시와 비판이 늘 존재하는 이유는 단언코
그 무능과 게으름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온 역사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또 정의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하는 덕목이다. <사필귀정>은 역사 이래로 단 한번도 제대로 구현된 바가 없기도 하고,
......
(다음에 계속)
생각의 도구
- 저자
- 가토 마사하루
- 역자
- 박세훈
- 출판사
- 에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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