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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이 아닌 가족 (찬란한 유산 - 다시/2회)

단테, 2009. 7. 11. 03:51

 

 

 

 

 

 

 

 

 

 

 

혈육이 아니면 가족도 아닌 거다.

장례를 치르고 내내 식음을 전폐해가며 쓰러져버린 주인공... 그녀의 슬픈 얼굴과 우는 모습이 짠하기만 한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아니 배성희에게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던) 결별의 통보,

그렇게 갈 곳 없게 쫓겨나듯 집을 나와야 했던 은성과 은우는 여관과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그만 방값으로 받은 돈봉투

조차도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만다.

푸른 새벽, 심지어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두 남매의 모습은 그래서 참으로 처첨하리만큼 안타깝다.

 

(2회를 보는 기분은 가장 처참할 때의 기분을 만끽하기에 참 좋을 법하다. 그만큼 눈물마저 솟구치게 만드는 불우함)

 

 

 

멋있지?
눈 감고, 바람 느껴봐.
바람 좋지?
바람좋다.
우리 여기서 날자, 은우야. 날아서 ... 엄마아빠 보러가자.
엄마아빠 보러가자.
그럼 가자.

누나 좋아, 누나도 좋아. 행복해.

(은성 & 은우)

 

                

더더욱 놀라운 건, 다름아닌 계모 백성희의 본모습이다. 어찌 사람이 이럴 수가 있겠는가... 싶다.

보험금을 타냈고, 빚쟁이들한테는 상속포기소송으로 협박하면서까지 마치 전 재산을 다 털어 빚잔치를 한 것마냥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그러자마자 바로, 은성을 불러 나가라는 뜻을 내비친다니...

 

 

은성 : (실망한 표정으로) "저는 우리가... 가족인 줄 알았어요."

성희 : (비웃는 투로) 가족?...... 가족이 뭔지 아니?... r가족은 찢어죽이게 미워도 헤어질 수 없는 사이야...... 좋아서가

           아니라 싫어도 안보면 못사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우리가, 가족이니? (웃으며)"

           -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만한 대사구나,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환이네 집의 배경을 노리며 진성식품의 가맹점 신청을 통한 사업까지 시도한다.

이 대목에서 이미 벌써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를 온전히 다 드러내놓기 시작한다. (유일한 막장모드다.)

 

 

 

제일 못난 사람은 바로 이 은성이 아빠.

자신이 죽어야 보험금을 탈 수 있고, 그래야만 남은 식구들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만 치명적인 실수로

하고야 만다. 죽은 사람으로 은둔하며 버티고 살아가는 방식, 이건 정말 아니지 싶다. 아무튼, 자신의 장례식을 남몰래

지켜보면서 은성의 오열을 숨어서 쳐다보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시선.

 

                                  

 

이때만 해도 승미 (문채원)의 캐릭터가 지금만큼 악독하고 초라한 것만은 아녔다.

나름대로 지성을 갖추었고, 그래서인지 양심이 충분한 그녀는 여전히 환에 대한 해바라기 정신 하나만으로

배성희의 논리 앞에 철저히 굴복당하는 매우 연약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다. (어찌 보면 참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요즘 여자치곤 참으로 고리타분한 모습마저 느껴진다. 남자 하나면 내 인생과 목숨마저도 다 내걸겠다는 건가?)

 

 

 

어찌 됐든, 집을 나오게 된 은성은 결국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고등학교 친구였던 혜리를 찾게 되고,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학교를 자퇴할 뻔했던 그 친구는 자신의 등록금까지 선뜻 내주셨던 친구 아버님의

유고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나선다. 드라마 내내 정의의 사도 역할을 자임하는 그녀다. 아무튼 혜리 덕분에

은성과 은우는 잠시나마 거처를 정할 수 있게 되고, 또 그래서 은성은 난생 처음이라 할 나이트 서빙 일을 시작한다.

이름하여 "스파이" ("스파이"라는 이름이 그래서 이후부터 가끔씩 나오게 된다. 그녀의 전 직업을 뜻하는 그 말이)

 

 

산성 위에서 자살까지도 선택여부를 놓고 갈등하던 은성, 그녀가 이제는 스스로 나설 일을 찾는 국면인 셈이다.

오로지 동생 하나만을 위해서라도, 이쯤 되면은... 이제 <들장미 소녀 캔디>를 떠올려야 좋을 시기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기가 문제다.

그 나이트에서 하필 환을 만나게 될 건 또 뭐람... 그래서 오해도 생기고 핸드폰도 망가뜨리는 환 앞에서 "야!"라고

소리쳐보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는 무기력하게 당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동생을 잃어버리게 되는 또 다른 좌절을

겪게 된다. 하필 이 무슨 해괴한 지경일꼬...... 2회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설움과 통한스러움만이 느껴지는구나,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만큼의 충격적 장면은 또 마지막이다.

길을 잃고 헤매다 피아노 가게를 '쳐들어간' 덕분에 경찰서로 붙잡혀간 은우가 기억해낸 전화번호, 다름아닌 성희다.

얼떨결에 경찰서까지 온 성희는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은우를 외면한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은우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서 그만 은우가 아무 생각없게 외워댄 숫자와 번호들, 핸드폰 번호와 새로 이사한 강남의 고급 아파트 동/호수.

그녀는 순간 얼어붙고만다. 그리고는, 급히 핸들을 돌려서는, 고속도로로 향한다. 그녀의 고향인 대구로,

은우을 갖다버리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