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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옹한테 실망했던 실제 이유

단테, 2009. 5. 16. 00:55

 

 

 

그를 비판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커밍아웃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바로 나 역시 그의 소설 <객지>로,

또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넘나들던 그에 얽힌 추억과 기억들한테 사숙했던 사람 중 하나라는 점. 

 

단언컨대 그의 최근 행보는 결코 비난받을 이유가 마땅치 않다. 나 역시 좌파가 어느 날 갑자기 되레

현 정부를 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들과의 상생은 아닐지언정 영화 매트릭스2가 내건 담화, "동의가

협동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는 말에 수긍한다면... 더더욱 나무랄 일은 아닌 법이다.

 

그럼에도 가장 아쉬웠던 대목은 왜 하필 그가 자신의 친정 격인 좌파를 향해 "낡은 방식"이라는 얘길

꺼냈느냐는 점이다. 무릇 정도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설령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보이더라도,

자기 진영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납득할만한 논거 내지는 양해를 구했어야 온당했다.

 

마치 등에라도 칼을 꽂는 것인마냥 "낡은 방식" 운운했다는 측면은, 거꾸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 돼버린 건 아닐까?...... 그게 못내 아쉽고, 아니 야속하다. 적어도 사람에게 있어서는 최소한의

양심 내지 덕목이라 할만한 게 바로, <신의>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의 바닥을 가늠하기 힘들만한 깊이... 그 성찰의 내면을 가급적이면 이해하고자 한다.

하지만 스스로 나서서 먼저 자기를 정당하다고 인정해달라고 해봤자, 그 말의 진정성에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특정한 목적하에 그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적"으로 불러온 이들에게서만

그의 언변은 환영받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 점이 참으로 안타깝구나...

   

- 한 시대를 풍미한 한 지식인이여, 이제 그에게 속쓰라린 결별을 고하노라. 어젯밤... 100분토론

  시간에 나온 노회찬 대표의 말대로, 그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아니, "성전환자"라 하기에조차

  민망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 좌파의 최소 덕목이란 게 고작 요 수준이란 게 말이지, ......

 

- 결코 그에 대한 믿음을 통째로 아예 저버린 건 아니다. 하지만 친정의 등 뒤에 칼을 꽂은 그의

  경솔함은 절대 용납될 수도, 이해될 수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 비겁해보이기까지 하다.

 

- 빨갱이는 그래, 빨갱이인 거다. 그게 어떠랴...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이들과 민주화를 위해

  박차고 일어서고만 그 시절의 "운동권"들한테 그건 굴레가 아닌 일종의 훈장이다. 그걸 모독하진

  말자. (그 어떤 실수와 과오가 있다손쳐도, 그건 그 내부에서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지... 가장 큰

  적장 앞에서 머리 조아리며 떠벌릴만한 사안은 결코 못된다.

 

- 예를 들어, 진보신당 당적을 유지한 채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연정을 꾀한다면 또 어떠랴.

  하지만 자기 주장과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포지션>마저 한나라당으로 옮겨 떠든 얘기는 절대

  그 진정성을 얻을 수 없게 마련인 법이니까, ...... 슬프다. 내 선현 한명을, 이리 또 잃게 되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