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 그리고 이준희 (권상우 분)
MBC 수목 미니시리즈 <신데렐라맨>은 권상우가 결혼 후 처음 출연한 드라마임에도 그의 호연이 빛나며
연일 재미와 화제를 일으키는 중이다.
동대문시장의 한 가난한 장삿꾼인 오대산이 뜻하지 않게 대형 어패럴 회사의 손자와 얼굴이 닮아 느닷없게
겪는 에피소드들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벌써 그가 진짜 손자 (쌍둥이)라는 사실까지를 밝혀내며 오늘회를
마감하게 된다.
결정적이게도 오대산이 심장이식수술 실패로 생을 마감한 이준희를 대신하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여자다.
서유진, 어패럴 회사의 인턴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던 중 오대산의 실수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쫓겨나
현재 오대산이 경영하는 동대문 옷가게 <도련님>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그녀한테 푹 반한 오대산.
어패럴의 장자이자 이준희 (오대산)의 이복형인 이재민이 줄기차게 구애를 펼치는 대상이기도 한 그녀가
동네 골목에서 이재민의 품에 안겨 잠자코 있는 장면이 결국은 오대산 스스로 커밍아웃을 하게 만든 이유.
드라마가 끝난 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정체성>, 하지만 그것조차도 결정적 이유로 말미암아 (즉 환경적 원인으로)
아예 상실될 수 있다는 생각... 혹은, 그렇게 되찾아야만 할 정체성의 마땅한 까닭이 분명치도 않은 현실,
그리고 달콤한 유혹으로 찾아오는 물질적 풍요와 행복에의 동경... 따위가 이 화두에 대해 만만치 않은
수준의 도전을 가하고만 있구나.
그래서 어쩌면 모든 정체성이란, 근본적으로 <행복>을 동반한 것이어야만 존중될 수 있다라는
지극히도 현실적인 논리가 지배적인 룰로 대두하는구나. 그 정체성이 인생의 목적 중 하나라고 가르친
옛 말씀들이 이번 김에 아예 몽땅 뒤집혀 엎어지는 셈인데... 그렇다면, 철학의 목적은 또 무엇인지?...
(내가 그동안 "진리"와 "정체성"을 일정 부분 혼동해온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행복>이 나만의 것이냐 아니면 우리들의 것이냐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이자 문제일 터.
- 이런 것들에 대해 잠시나마 곱씹어볼만한 대목이 오늘 드라마가 남긴 메세지다.
- 물론 그래서 제목조차 <신데렐라맨>이겠지만,
- 서유진 (윤아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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