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일기

<귀천>을 찾은 저녁시간, 내 그리움을 묻어버리다

단테, 2008. 8. 28. 21:23

 

   

 

歸  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퇴근길에 짬이 나 4년만에 찾았던 <歸天>

벌써 오래됐지만 한글로 간판이 바뀌었고 

방명록 쓰며 웃어대는 연인 한쌍 옆에서

노트 좀 적고 차가운 모과차 한잔 마시다

- 언제부터인지 난 모과차가 참 좋다......  

 

이사한 게 아니고 주변들만 바뀐 거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씀에 좀 뻘쭘했었던,

그렇게 길지 않았던 시간에 잠시 취하다

 

빠져나오던 길에서 문득 언제 또 다시

저곳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없겠지

하며 쓸쓸함에 잠시 얼굴을 파묻어본,

저녁

     

 

 

- 그리고,

  김수영 시인 20주기에도, 김남주 시인 때도, 또 금년의 박경리 선생 부고 소식에도

  별 얘기도 없이 지나쳐버린 내 무덤덤한 일상... 문득 '94년이던가, 그 시화전 때의

  동인지 편집을 하면서 이 詩를 표제시로 뽑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