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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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시간에 배우던 '투자공학'을 느닷없이 실생활에서 알아야 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의 모든 부동산들은 이런 기초적 이론조차 갖추지 못한 채 정성적 평가만으로 내집마련을 원하는 매수자들한테 조언을 해주곤 합니다. 어느 어느 역이 생긴다더라, 이 동네에선 어느 어느 학교가 제일 좋다더라, ㅇㅇ동은 몇년 됐고 누가 누가 좋아한다더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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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순전히 내 순자산만으로 내집마련을 하는 경우보다는 남의 돈 (주로 은행)을 끌어와서 빚을 몇억씩 잔뜩 떠안고야 살 수 있는 상품이 주택입니다. 세상에 그 어느 상품도 이렇듯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중차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단순히 몇몇 정성적 정보들만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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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투자공학'은 내 전공도 아니고 또 골치만 아프니, 가뜩이나 줄어드는 인구통계학에 기대어 평생 전세살이로 마음먹는 분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다시금 단언컨대,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든 살아가려면 이 '투자공학'은 더 이상 전공학문도 아닌 중등/고등학교 수준의 커리큘럼에 상응할 법한 보편적 '상식'이어야 맞겠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말한 '노동법'과 '인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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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을 원하는, 또는 원치 않는 분들께도 몇마디의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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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시장에의 참여가 곧 시장을 이해하는 지름길입니다. 지분에 참여를 하든 지방 소도시 구축을 사든 일단 시장에 뛰어들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세입자는 근본적으로 내 투자기회를 저당잡힌 채 주거에만 만족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입니다. "투기꾼"도 엄연한 직업입니다. 그 기술과 노하우를 단지 책 몇줄과 조언 몇마디로 통달해낼 순 없습니다. 집을 고르는 방법, 업체와 부동산을 선택하는 방법, 거래당사자 간의 대화 스킬 등은 책에도 안나오는 부분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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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요즘처럼 주택시장이 부침을 계속하는 시절에는 당연히 집 한번 제대로 못사 낭패를 겪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내가 산 집값이 너무 안올라서 그냥 주저앉는 경우들도 자주 보게 됩니다. 몇년이 흘러 세월도 바뀌고 시장도 호전이 돼 비로소 내 집값을 회복하면 이미 때는 늦습니다. 다른 집들이 훨씬 더 많이 뛰어올랐기 때문이죠.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던지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더구나 주식처럼 환금성이 뛰어난 자산도 아니잖습니까? 팔 때는 눈 딱 감고 처분하는 노하우 역시 배워두어야 할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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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판단, 즉 기준입니다. 마음이 내키는대로? 다수가 압도적 지지를 하면? 경영학이 추구한 과학성 (정확히는 논리성)은 아래의 원리에 따릅니다. 특히, DCF는 부동산만이 아닌 주식투자에서도 매우 요긴합니다. 각자 인터넷에서 쓸만한 엑셀 파일을 구해보신 후 적어도 남의 돈까지 갖다바쳐서 큰 맘먹고 저지르곤 하는 모든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상식 또 기본기 정도로 터득해두시면 늘 유용하실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올렸던 "재건축"에 관한 글도 결국 그 원천적 토대는 이 분야의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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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blog.naver.com/2020_lk/22193692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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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런저런 글을 읽다가 불쑥 "현대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상식" 중 하나 정도로 감히 권해보는 내용입니다. 투자를 모르면 그 사람의 신분이 사장이든 전문직이든간에 그저 수입이 많고 적은 노동자일 뿐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혁명을 제외하곤 노동자가 단 한번도 자본한테 배려를 느꼈던 적도 존중을 받아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오늘, 부처님 오신 날에 다시금 기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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